야근이 미친 짓인 줄은 다들 알지만, 야근을 할 때는 '시체처럼 앉아 있기' 이상을 하지 말라니, 저자의 확신에 찬 말투에 사이다 같은 청량감이 느껴진다. 지속 가능한 일하기를 꿈꾸는 내게 그 어느 때보다 쾌감을 준 대목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책 <야,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 수당이나 주세요>에 앞서 시체처럼 앉아 있기를 주창한 분이시다.
저자 임백준은 뉴욕의 프로그래머로 팟캐스트 <나는 프로그래머다>를 진행하면서 국내 개발자 문화 및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담은 칼럼을 기고해왔다. 이 책은 그간 쓴 칼럼을 모은 것으로, 최신 IT 이슈를 담고 있으며 가독성 또한 좋다. 개발자와 개발자를 고용하는 기업 경영인, 개발자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 앞으로의 기술 시대가 궁금한 일반인들 모두가 읽어야 할 필독서다(IT 지식이 전무한 일반인도 3부 기술 파트만 제외하고 무리없이 읽을 수 있다).
최근 알파고 충격으로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모종의 두려움을 갖게 되었지만, 연일 쏟아지던 뉴스 이후로 IT전문가의 입장에서 현재 스코어가 어떤 상황인지,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지 차분히 알려주는 컨텐츠는 없었다.
일반인들이 그저 불안에 떨고 지나갔던 카드정보유출 사건이나 오바마 정부의 지지율을 크게 떨어뜨렸던 소프트웨어의 힘, 인공지능 시대의 문제의 초점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그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보고 느낀 전문가로서의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분석을 속도감 있게 풀어냈다. 그의 시선을 빌린다면, 다가올 미래를 조금이나마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