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무정로 9 - 완결
임준후 지음 / 청어람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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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소설을 오래 보신분들은 아마도 과거 구 무협의 그 천편일률적인 전형성과 과도한 남녀상간의 표현들로 무협에 흥미를 잃으셨다 90년대 중반의 구태의 정형성을 비틀며 뛰쳐나온 작가군들과 그들의 작품을 보며 다시금 무협에 흥미를 찾으셨을 겁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나버린 09년에 과거의 그 전형성을 대체한 또 다른 정형성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부족한 제 개인의 생각일 뿐인가요.

 이러한 때 과거의 구 무협의 진중한 원숙함과 신 무협의 자유로운 필체가 어우러진 작품군들은 비록 다수 대중의 호응에 크게 부합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무협 열독자들에게는 크게 환영 받는 작품들입니다.

 임준후 작가님은 많은 작품을 내신 분은 아니시지만 무협[천명]으로 다수의 무협 열독자들에게 남성적인 선 굵은 중후한 정통 무협을 지향하는 작가로 잘 알려지신 작가님이십니다.

 [천명]은 사실 후반부의 조급한 완결로 많은 아쉬움을 주었죠.

 그 후 차기작 [철혈무정로]는 다행이 9권 완결의 비교적 장편으로아쉬움 없는 완결을 보여주셨습니다.

 [철혈무정로]역시 과거의 작품들과 마찮가지로 굵고 묵직한 무협 특유의 비장미를 자랑하는 작품이나 작금의 대중의 기호에는 크게 부합하지 못하는 작품입니다.

 주인공과 아름다운 미녀와의 노닥 거림은 전장의 피보라로 덮어두며 낭만적이며 아기자기한 무림 종횡기따위는 시체의 산아래 묻어둔 작품이 본 작품입니다.

 본 작품의 매권의 쪽수는 평균 350쪽 가량이며 한 쪽 한 쪽이 미어터질 만큼 글자들이 빽빽합니다.

 마치 학생 시절 문고판 소설들을 읽는 듯 했습니다.

그런 책이 무려 9권 게다가 마지막 권은 410쪽으로 정말 두텁습니다.

 그런 방대한 글이 늘어짐 없이 시종일관 팽팽하게 진행 됩니다.

주인공에게는 여유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건 사고는 끊임이 없으며 너무도 강한 주인공에게는 더더욱 강한 악역들이 즐비하여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주인공의 행로는 거침없고 호쾌하기는 하나 그것이 너무도 냉정하고 무뚝뚝하며 근래의 아무 생각없이 폭력을 행사하며 깽판치는 그런 호쾌함(?)이 아닌 초지일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뜻을 꺽지 않으며 크나큰 뜻을 위해 자신을 위험에 스스럼 없이 던지는 대장부로의 호쾌함이기에 일본 만화풍의 가벼운 필체에 익숙한 독자들은 아마도 주인공이 답답하고 너무 딱딱하게 느껴질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또한 주인공의 무위는 점점 강해지고 왠만한 고수들도 눈 아래로 볼 만큼 성장하지만 배후의 인물들이 너무도 강하기에 시원하기 폭발하지 못하고 인내를 거듭합니다.

 이러한 인내의 모습은 작품의 개연성에 치밀함을 더해주고 작품의 비장함을 더해주지만  빠르고 통쾌한 활극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앞에서와 마찮가지로 답답하고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양우생, 와룡생등 거장들의 장편 대하 무협에 새볔눈을 밝혀왔던 무협 독자들에게는 이러한 진행에 더욱 즐겁게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겠다 싶습니다.

 사실 과거 3권짜리 무협들은 주인공 위주의 너무 빠른 전개로 서사적인 구조를 지닌 대하 소설의 느낌을 받기는 힘들었습니다.

 그에 반에 근래에는 대다수의 작품들이 5권이상의 분량으로 출간되고 있음에도 과거 3권 출간 시절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분명 권수는 늘어났으나 쓸데없는 신변잡기나 내용 전개에 그다지 필요치 않은 비무대회 등의 소모적인 묘사 등으로 중반쯤 해서는 다소 지리해지기 마련입니다.

 본 작품은 그런 지루하게 늘어지는 부분이 없습니다. 시종일관 주인공은 자신의 목표를 위하여 끊임없고 나아갑니다. 다만 그 행로가 제목과 같이 무정하며 피가 낭자하는 전장이 계속 됨으로서 독자들은 지쳐 나가떨어질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근래의 대여점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출판물등으로 유치하고 괴악한 글 솜씨로 휘갈긴 작품이라 불리우기 민망한 다수의 종이 무더기들이 무협 소설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속에서 무려 2년여에 걸쳐 작가의 정성이 가득 담긴 본 작품과 같은 소설은 열손가락에 꼽기도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건방지게 대여점을 업으로 생활하시는 분들이 계시고 출판에 대해 한푼의 지식도 없는 제가 대여점이 없어져야 장르 문학이 발전 한다든가의 말을 할 수는 없겠지요.

 다만 이렇게 좋은 작품이 나올 때 이렇듯 감상문을 씀으로서 열심히 소설을 집필하신 작가님에게 응원과 감사의 인사를 그리고 좋은 작품을 찾는 독자들에게 본 작품을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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