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출판한 나의 책 <슬로시티를 가다>를 취재하는 동안 깊이 절감했던 것은, 우리의 삶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거였다. '빠르게 더 빠르게'를 외치며 살아오는 동안, 잃어버렸던 삶의 가치와 행복들이 절절한 그리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느리게 살아가는 삶 속에는 빠르게 질주하는 문명적 삶 속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따뜻하고 소박한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없는 것이 많아서 자유로운>을 쓴 도은, 여연,
...
하연의 삶은 여기서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간다. '에코 페미니스트 세 모녀의 좌충우돌 성장기'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문명의 편리함과 혜택을 마음껏 누리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성난 얼굴로 돌아보게 한다.
스스로 생각하거나 질문할 줄 모르는 인간만을 양산하는 교육, 건강염려증을 부추겨 돈벌이에 몰두하는 거대 의료 시스템, 물질에 대한 무한정의 욕구를 부추기며 방관적인 소비자를 양산하는 대중매체,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의 몸을 위협하는 먹거리 등, 온갖 문제점을 인식하고 저항을 시도하는 삶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참 불편한 책이다.
슬로라이프에 대한 취향을 가진 나조차도 나의 이념이 관념 속에만 존재하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했기 때문이다. (의심은 점점 확신으로 굳어갔다ㅠ)
하지만 돌아보면 지금껏 나를 성장시킨 것들은 모두 내 안의 어둠과 그늘을 인식하게 했고 불편하게 만든 것들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니 나름 고민하며 아금바금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생활 방식에 조언하고 전복시키는 것이야말로 어찌 나의 스승이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내가 그랬듯 독자들 또한 이 책의 저자처럼 살아가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자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신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혁명'에 귀를 기울이는 게 좋겠다. 문제적 삶을 인식하고 자신이 처한 환경 속에서나마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도 작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몰락을 향해 치닫는 문명의 질주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도 우리 자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