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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8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심야식당 18권 리뷰!
아베 야로 라는 늦깎이 만화 작가의 심야식당이다.
(불혹에 데뷔)
살면서 심야식당은 제대로 읽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영화는 고사하고 드라마 역시 지나가다가도 본 적이 없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구성, 소재 모두 마음에 드는 작품인데 당시엔 나이를 덜 먹었었는지 아웃오브안중이었던 만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 날개에 적혀있던 심야식당의 작가, 아베 야로의 멘트가 좋았다.
저는 만화 속에 제가 싫어하는 인간을
도저히 그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그 등장인물과 어울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다면 싫은 인간과는 어울리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그릴 수가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란,
자신을 자신 이상으로 내세우지 않는 정직한 사람입니다.
어쩜 이렇게 나같은 인간일 수 있지!
싶었다.
신주쿠 골든가 어귀에
밤 12시에 문을 열고 아침 7시에 문을 닫는 심야식당(식당 이름은 그냥 '밥집') 은
무뚝뚝하고 사연이 있는 듯 보이는 왼쪽 눈의 흉터를 지닌 식당의 주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좋아하고
가끔은 자신만의 아재력으로 참견, 설교를 하기도 한다.
간소한 메뉴판(소주, 맥주, 청주, 돼지고기 된장국) 덕분에(?) 손님들이 원하는 메뉴가 있으면 재료가 있는 한 만들어 주는 식이다.
심야식당 18권 에는 총 14개의 에피소드가 4계절 순으로 담겨있다.
보통 한 화로 끝내는 에피소드 형식이라서 쉽게 읽히고 휙휙 지나간다.
심야식당은 기본적으로 음식으로 힐링을 받는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심야식당 18권은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주고 음식이 부같은 느낌이라 왠지 더 좋았다.
그리고 음식에 대한 소회나 먹음직 스러움 따위는 '이세계 주점 노부' 1권이 훨씬 디테일 해,
등장인물들의 이야깃거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할까.
심야식당 18권의 등장인물은
돌싱 소꿉친구를 마음에 두고 있는 av 남자배우,
소프랜드에서 일하는 여자를 짝사랑하는 야쿠자,
룸살롱 단골로 여자들에게 돈을 퍼 주며 사는 상장 회사 중역,
어릴때 맛본 음식을 본능적으로 찾는 경찰학교 교관,
소꿉친구의 아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남사친을 본인이 갖긴 싫고 남에게 주긴 아까워하는 유부녀,
늘 틀린 예보만 하는 일기예보관,
독립한(?) 아들이 늘 걱정인 싱글맘,
젊은시절, 유부녀와 사랑의 도피를 떠났던 시절을 추억하는 남자,
미인이지만 무뚝뚝한 치위생사,
언제나 말만 그럴듯하게 뱉는 자칭 소설가,
우연히 자신과 닮은 사람을 만나게 된 두 남자,
아내와 자식이 있는 남자랑 10년 째 만나고 있는 내연녀,
룸살롱에서 일하고 있는 아가씨 까지.
주로 하층민이나 건강한 사회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등장하며 영화같은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어차피 만화니까 막장으로 가는 스토리는 그렇다 치고,
한국에도,
아니 우리 집 주변에도 이런 식당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기분이 만화를 읽는 내내 들었다.
너무 다들 프랜차이즈 오픈에 왁자한 술집만 늘어만 가는 추세가 별로인 걸 보니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