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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주점 노부 1
버지니아 이등병 지음, Kururi 그림, 세미카와 나츠야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3월
평점 :
이번에 소개할 책은 세미카와 나츠야의 원작 소설이 존재하는, 이세계 주점 노부 라는 작품이다.
성벽의 고도, 아이테리아 라는 곳에서 운영하는 일본식 주점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본적으론 마치 중세 시대의 배경을 지녔지만 '이세계(다른 세계)' 의 주점, '노부' 에서 펼쳐지는 일본 특유의 음식에 대한 예찬에 관한 만화다.
나처럼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읽으면 집 근처에 이런 맛있는 일식집이 없나 찾아보게 되는 아주 훌륭한 만화다.
원작 노벨을 읽지 않은 나로썬
텍스트를 읽으며 일본의 식도락을 상상하는 즐거움보다는
이렇게 눈으로 음식을 보는 재미가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이세계 주점 노부는 시작부터 '일단 생맥' 으로 일본이 자랑하는 맥주를 선보인다.
별거 아닌, 흑백으로 처리된 그림일 뿐이지만 일본식 생맥주(특히 일본 현지에서) 를 한 번 맛본 사람이라면 그 깊은 맥주의 맛이 단번에 떠오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정말이지 국내에서 판매하는 거의 모든 국내산 맥주 역시 소 오줌일 뿐이지...)
이세계 주점 노부에 등장하는 주요 등장인물들은
노부에서 일하는 타이쇼, 시노부와 더불어
위병들과 그들의 중대장,
징세청부인, 자작가문의 영애,
그리고 일반 시민 자격의 상인들이다.
모두들 기묘한 이 '노부' 에 들어와 맛있는 술과 음식을 음미하며 얼어붙은 그들의 마음을 치유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어째서인지 철저하게 일본스러운 가게의 분위기나 처음보는 음식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실제로 노부 가게 뒷편은 일본의 도심과 '연결' 이 되어있다.
(어째서 주인장과 시노부는 아무렇지 않게 중세의 손님들을 받는걸까? 게다가 요금도 아이테리아의 화폐를 받는다. 골동품가게에 팔려나?)
이세계 주점 노부 1권에 등장하는 주요 음식들은
오뎅과 영계 튀김+ 치킨 난반, 나폴리탄(스파게티) 과,
앙카케 탕두부와 여러 가지 음식들,
방어 회와 회덮밥,
마지막으로 돼지고기 된장국(톤지루) 이다.
비록 흑백톤의 음식들에다 스크린톤으로 효과를 줬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먹음직 스러울까' 라는 중요한 난제는
각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세계 음식을 처음 맛보는 세세한 묘사가 '나도 한 번 먹어보고 싶다' 라는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세계 주점 노부 원작도 그렇겠지만
'일본식 음식을 처음 맛보는 아이테리아 사람들' 이라는
설정을 아주 잘 잡았다.
이미 무수히 많이 나와있는 식도락 만화나 매체들 처럼 평범한 도심의 사람들을 이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는 나라에서 이미 비슷한 음식을 맛본 사람들이 자신의 스토리를 음식을 먹으며 푸는 일반적인 내용들 보다는,
이렇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살고있는 사람들이
평소 구경도 하지 못했던 음식들을 접한다는 설정이
색달랐고 신선했다.
환상적인 설정과 정반대되는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주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장치 또한 일본이라는 나라가 지닌 식도락 문화의 자존심을 엿볼 수 있던 대목이었다.
한국에도 군침을 돋우는 음식들이 많지만 대표적인 한국 음식 만화, '식객' 말고는 이렇다할 음식 만화가 없는 실정이라
음식에 대한 맛의 표현과 감상을 기막히게 잘 그려놓은 이세계 주점 노부를 보고 멋있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부디 우리 한국 만화들도 한국의 혼을 불어넣는 작가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건 그렇고 나도 '일단 생맥' 한 잔 마시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