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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 서점직원 혼다씨 1
혼다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3월
평점 :
굉장히 독특한 문체와 필력을 자랑하며 박력있는 작화로 서점의 (주로 만화와 관련된)일상을 그린
해골 서점직원 혼다씨 1권이다.
순수 창작물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없는 이야기가 아닌,
일본 도쿄에 실재하는 만화 전문(아마도...)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일종의 생활툰(??) 같은 만화다.
책을 펼쳐보기 전에는 그저 제목 그대로 서점에서 일하는 해골의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실제로 서점에서 일을하고 있는 혼다(가명 이려나..?) 씨의 시점에서 풀어나가는
일본의 (주로 만화)서점 얘기라서 현재 일본 만화 시장의 분위기라던지 서점과 출판사에서 주로 다뤄지는 이슈거리라던지 그런 자질구레한 이야기가 듬뿍 담겨있다.
미안한 말이지만 주인공이 해골이라서 당연히(?) 남자 직원일 줄 알았는데 이 만화를 그린 혼다씨는 여직원이란다.
(제목만 보고는 무슨 원피스의 브룩 스핀오프인줄!)
서점에서 일도 하고 만화도 그리는 사람..
주로 일본 서점의 고된 일과들이 죽- 나열되어 있어서
만화가 이렇게 재밌으니 곧 히트쳐서 전업 작가로 나가지 않을까 싶지만
그럼 소재가 떨어져 버리게 되니
그만두지는 않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해골 서점직원 혼다씨 1권에 주력으로 펼쳐지는 내용은
동인지를 비롯한 bl관련 만화들과 자신도 어떤 만화를 찾는지 잘 모르지만 일단 만화를 찾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다.
동인지나 bl의 경우,
학창시절에 불법적으로 번역되어 인터넷이나 오프라인으로 유통되는 걸 몇 번 목격했었는데
문화적 충격은 차치하고
그런 것들도 말 그대로 하나의 '문화' 라고 여겨져서 당시의 나는 그닥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던 기억이다.
(솔직히 남자들이 야한 책 찾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성적 취향은 남자고 여자고 다들 제각각이기 마련이니까)
도쿄에 위치한 서점의 특성상
외국인들이 일본판 그대로의 만화들을 이렇게나 많이 찾는다는 사실에
일본 만화의 위상과 특성을 과시하는 혼다의 일본 만화에 대한 은근한 자부심이 좋았다.
그에 비해 한국에선 옛날부터 '만화' 라는 장르가 심각할 정도로 서브 컬쳐로 나뉘어져 있어서 대중매체 중에서도 최하위에 위치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다.
지금이야 '웹툰' 덕분에 기라도 펼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어있지만 독자들의 머릿속엔 아직도
'공짜로 볼 수 있는 것',
'마감을 제때 지키지 못하는 작가는 우리가 댓글로 온갖 욕설을 해대며 깔 수 있는 것'
이라는 되먹지 못한 마인드가 웹툰 덕분에 쌓아올려져서
양날의 검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올컬러라 단행본은 비싸고...)
좋게 얘기하면 웹툰은 국내 만화 시장의 독창적인 발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역으로 잡지류에서 연재되어 단행본이 발간되는 한국 만화는 거의 전멸하다시피 천대(?) 받고 있는게 사실이다.
아무튼 전세계적으로 더 기를 뻗쳐대는 일본 만화의 찬가 정도로 볼 수 있는게 바로 이 '해골 서점직원 혼다씨' 다.
영어로 자신의 취향을 말하는 외국인들에게 알맞은(?) 만화를 찾아준다는 상황이 한국에는 거의 없는 이야기라 정말 재미있다.
물론 완벽한 응대는 조금 힘들기도 하다.
한국도 이제는 여러 기호의 만화들이 정식으로 수입되긴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게 사실.
일본 만화는 하늘에 떠있는 별만큼 종류도 많고기에 서적 취급 만화책과 잡지 취급 만화책으로 분류한다는 이야기가 정말 특이했다.
내가 읽은 이 해골 서점직원 혼다씨는 서적 취급 만화책이려나..
이 만화를 읽으면 일본에 갈 때 저 서점에 한 번은 꼭 들리고픈 욕망이 들 정도로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만화의 배경인 서점에 가서 혼다씨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지도...)
만화에 그려진 이야기들 처럼 서점에서 늘상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지진 않겠지만
살면서 서점에서 꼭 한 번은 일 해보고 싶을 정도로 에피소드 들을 다이나믹하게 잘 풀어냈다.
가장 재미있던 에피소드는 뭐니해도 본사에 고객응대 교육을 받으러 가는 이야기.
만화를 사랑하는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단행본 전질을 구매하는게 일종의 작은 꿈이라는 에피소드도 좋았다.
그리고 브라질인의 만화 특유의 색상 이야기도 코믹.
확실히 외국계(서양쪽..?) 만화들은 올컬러다.
일본과 한국(혹은 아시아 전반?) 의 만화들은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져있고.
왜 이런 걸까?
어릴적 부터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진 컬러의 만화만 보고 자라서 당연하다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정말 의문이 들었다.
나도 만화는 아직도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직접 구입할 정도로 서점과 책이 좋다.
(교보는 이제 안가기 시작핢.... 일반 서적은 다 온라인에서 구입하고 바로드림 할때나 가끔 갈까 말까..)
잘 그리는 그림은 분명히 아니지만
일본 만화 특유의 과격하고 확실히 눈에 들어오는 연출이 압권.
그리고 무엇보다 동인지나 bl을 다루는 에피소드 전반에서 번역을 정말 디테일하게 잘 해냈다.
특히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의 줄임말인 '솔까말' 을 영어로 solkamal 이라고 적은 부분에서 번역자가 누구인지 찾아 볼 정도(오경화 님).
작가의 말대로 2권 안나오면 꼴사나우니까 단행본 제목에 1을 안넣었으면 했다는데
드라마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디테일하고 재미가 있다.
2권 나오면 아마 내 돈 주고 살 듯.
마지막으로 한국의 서점이나 만화 시장도 다시 좀 부흥했으면 좋겠다...
(절판된 책들 재판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