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소리에 더 이상 살리의 목소리가 들리지않는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두려움마저 소용돌이에 휩쓸려 내 안에서 사라진다. 나는 랑이 존재하는 곳으로 가고 싶다.
랑을 다시 만나면 이야기해주고 싶다. 내가 만난 사막에 대해. 너를 만나기 위해 걸어온 나의 사막에 대해. 그렇게 늙어가는 랑의 곁에서, 조금씩망가져 가는 내 몸으로 이야기하겠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로소 랑과 시간이 맞는 것 같다는 착각을 한다. 이번에는 너와 함께 늙어갈 수 있겠다는 헛된 희망을 품고 랑을 떠올리며, 더 깊은어둠으로 내려간다.
간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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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지 않으면 사막은 단숨에 그림이 돼.‘
랑은 그렇게 말했다.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다.‘
내가 반박하자 랑이 다시 반박했다.
‘식상한 말 하지마.‘
나는 말을 이었다.
‘그림에는 감정이 들어가고 사진에는 의도가 들어가지. 감정은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고 의도는해석하게 만들어.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변화하는것이고, 변화한다는 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다는 것. 그래서 인간은 정지해 있는 그림을 보고도파도가 친다고, 바람이 분다고, 여인들이 웃는다고 생각하지. 사진은 현상의 전후를 추측하게 하지만 그림은 그 세계가 실재한다고 믿게 돼.‘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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