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연구에서 문화기술법이란 무엇인가
김정근 엮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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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술연구에서 문화기술법이란 무엇인가'? 선뜻 봐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 책 역시 다른 고루한 학술서들처럼 어려운 단어들을 나열해가며 또 어디 외국에서나 가져온 저명하고도 난해한 방법론을 거들먹거리지 않을까. 정답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책은 그러한 학술계의 경직된 글쓰기 세태를 비판하고 보다 실재적인 현장을 직시한 학술연구를 적극적으로 주창하고 있다.
  '99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기도 한 이 책은 김정근 교수를 필두로 하여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의 교수진들이 서로 협력, 우리나라 문헌정보학의 비선험적 양적 연구에 치중한 학술연구의 교조주의를 깨부수고자 한 의미 있는 개혁적 시도의 산물이다. 연구대상으로 구체적인 현장을 가지는 현장성이 강한 사회과학으로서의 문헌정보학이, 어째서 가설에 끼워 맞추기 위한 구태의연한 수치들의 나열로 이루어진 '과학적 연구'라는 허울을 쓰고(글쓴이들은 이를 '과학주의'라 부른다.) 현장에서 유리되었는지에 대해 개탄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질적 연구의 도입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어렵게 생각했던 '문화기술법'이란 바로 이 질적 연구의 대표적인 연구방법이다. 자, 이제는 의문이 하나 풀렸으니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지 않는가?
  이 책의 특이한 점은 글쓴이들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1부에서 이야기한 다음, 2부에서는 1부에서 제시한 연구방법을 적용한 사례로서의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제 1부이다. 그러나 1부에서의 개념적 이해를 바탕으로 2부의 실험적 논문 3편을 읽다보면 우리는 글쓴이들이 왜 문화기술법의 적극적 도입을 주장했는지에 대한 이유와, 책제목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1부에서 양적 연구에 의존하는 문헌정보학의 학술연구에 대한 비판과 의문제기에 치중한 나머지 질적 연구에 대한 개념 제시만 거듭하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인정한 듯 제시한 2부에서의 실증적 사례들은 이러한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게다가 2부의 논문들 각자가 담고 있는 내용들 또한 문헌정보학의 현장연구에 있어 충분히 흥미롭고 유익한 내용으로, 글쓴이들이 주장한 것처럼 쉽고 실재적인 서술로 쓰여져 학술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게 한다. 물론 이 책에서와 같이 문화기술법을 학술논문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관적 논조는 읽는 이에게 연구의 신뢰성을 잃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으나 이 또한 책에서 비판한 대로 '자기'를 배제하고 실재적 체험을 바탕으로 하지 못한 학술논문의 논조에 익숙해진 우리의 배타적인 관점이 아닐까.
  이 책은 문헌정보학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한다. 허나 다른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글쓴이들이 책 속에서 강조했던 질적 연구의 상대적이면서 자기 고찰적인 연구방법에 대해 살펴보면서 문화기술법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그것이 문헌정보학이라는 학문의 학술연구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보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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