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먹어, 쌀엿! 아이스토리빌 37
강효미 지음, 조윤주 그림 / 밝은미래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표지만 보더라도 쌀엿을 정말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의 모습이 인상적인 <너나 먹어, 쌀엿!>을 만나보았습니다. 요즘에는 엿을 먹을 일도 흔치 않은 데다가 사탕이나 캐러멜, 초콜릿에 익숙한 아이는 표지를 보고서 재미있다고 얘기하며 함께 책을 읽어보았답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우리가 마주한 건 삼지내 마을의 지도였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강효미 작가님은 오랜 친구가 살고 있는 담양의 삼지내 마을을 떠올리며 글을 썼다고 해요. 아버지가 우리나라의 유일한 쌀엿 명인인 친구네 집 대문에는 "쌀엿 명인이 사는 집"이라는 문패가 달려 있었다고 합니다. 작가님은 오랜 시간 동안 정성 들여 내려오는 전통의 소중함과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셨다는 말씀을 하셨네요.




쌀엿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목차만 봐도 흥미진진했어요.

가마솥의 비밀은 과연 무엇이고 살아 돌아온 아이는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삼지내 마을은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있는 시골 마을입니다. 그림만 봐도 이런 곳에서 살면 좋겠다 소리가 나오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달이"는 정작 이 마을에서 사는 게 지겹기만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여러가지 이유로 마을을 떠나서 서울로 이사 간 친구가 마냥 부럽기만 하고 쌀엿을 만드시느라 늘 바쁘기만 한 부모님을 보며 달이는 점점 이 마을이, 특히나 쌀엿이 사라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그러던 어느 날, 달이 부모님께 쌀엿 만드는 기술을 전수받고 싶어 찾아온 아저씨의 딸이 "이랑"이와 친구가 되고 이랑이의 집에 놀러갔다가 아주 오래된 가마솥을 발견하게 됩니다. 슬며시 열어 본 가마솥에서는 눈이 부신 빛이 쏟아져나왔고 놀란 달이는 황급히 뚜껑을 닫아버립니다.

 


쌀엿 준비로 바쁜 엄마가 야속해서 집을 뛰쳐나와버린 후 달이가 간 곳은 이랑이네 집이었습니다.

몰래 집으로 들어와버린 달이는 이랑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후다닥 가마솥 안으로 숨게 되고 가마솥에서 나오자 새전 처음 보는 낯선 마을의 모습이 달이를 반깁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마을은 바로 조선시대의 삼지내 마을이었던 것입니다. 너무 놀란 달이는 다시 가마솥으로 돌아가게 되지요.




달이의 운동회 날, 엄마와 아빠는 결국 참석을 못하고 그 모든 원인 쌀엿 때문이라고 생각한 달이는 완성된 쌀엿을 모두 바닥에 쏟아버리게 됩니다. 부모님이 힘들게 만드신 쌀엿이 다 사라진 것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든 달이는 집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비밀의 가마솥으로 들어갑니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보니 낯선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자기를 자꾸 "순호"라고 부르고 살아돌아왔다며 너무 기뻐합니다. 문득문득 엄마 아빠가 보고 싶고 걱정도 되었지만 "순호"가 된 "달이"는 그곳 세상에 적응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달이는 삼지내 마을을 방문한 양녕대군의 행차를 보게 되고 양녕대군의 궁녀들이 쌀엿 만드는 기술을 전수해 준 이후로 삼지내 마을은 쌀엿으로 유명해졌다는 사실을 떠올립니다.
그때부터 쌀엿 만드는 방법을 마을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만드는 달이의 특급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양녕대군의 행차는 쌀엿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지 못한 채 마을을 떠나게 되면서 달이의 작전은 성공한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랑이의 아빠인 달수 아저씨가 가마솥을 타고 달이가 있는 과거로 찾아와서 엄청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삼지내 마을에 쌀엿 만드는 기술을 전파하지 않으면 현재의 삼지내 마을이 사라질지도 모르고 결국 달이의 부모님과 달이 자신까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지요. 역사를 바꾸지 않고 모두를 지켜내기로 마음먹은 달이는 그동안 어깨너머로 보았던 기억을 총동원해서 쌀엿을 완성하고 이랑이를 똑 닮은 생각시에게 쌀엿을 건네줍니다. 그리고 다시 가마솥을 타고 현재로 돌아오게 됩니다.






현재로 돌아오니 아빠는 전통 식품을 계승시켜 온 공을 인정받아서 쌀엿 명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달이는 쌀엿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오랫동안 달이네 집에는 쌀엿 만드는 달콤한 향기가 온 집안을 채울 것입니다.




책 뒤쪽에는 쌀엿에 관한 소개와 만드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그동안 엿을 먹어보기만 했지 어떻게 만드는지, 어떤 재료로 만드는지, 왜 그렇게 구멍이 송송 뚫려있는지 잘 알지 못했던 저도 관심 있게 살펴볼 수 있었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보던 시간 여행을 소재로 전통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든 이야기였습니다. 함께 본 아이는 과거가 변하면 현재가 변하고 결국 내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것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졌어요. 과거로 돌아가서 과거를 바꾸면 현재로 돌아왔을 때 현재, 미래가 바뀌어 있을 거라며 영화 "백투처퓨처"도 생각나다고도 얘기했구요. 자기도 친구처럼 도시에서 살고 싶었던 달이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무엇보다 전통을 지키고 발전해 나가는 일은 어려울 텐데 마지막에 생각을 바꾼 달이의 선택이 멋있었다는 아이의 말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짓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