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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그물
윤정모 지음 / 교유서가 / 2025년 2월
평점 :
윤정모 작가는 일제강점기, 분단 상황 등 대한민국의 역사적 사건 속에서 질곡의 세월을 보낸 개인들의 이야기에 오랫동안 천착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마치 작가로서의 소명과 숙명을 다하듯, 역사의 가시 그물 아래 고통 받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동규라는 한 인물의 삶(고통)이 다연이라는 다른 인물의 삶(고통)과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은 이내 가족 서사로, 또 더 먼 옛날 선조들의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우리는 역사라는 가시 돋친 그물망 안에서 화해를 유보한 채 이만큼의 세월을 흘려보낸 것이 아닌가, 화해와 용서는 어떻게 가능한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소설입니다. 내란 사태 이후 출간된 책인 만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책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각별하고 남다르게, 또 무겁게 다가올 것이라 예상합니다.
『가시 그물』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 책을 서포터즈 필수 도서로 제공 받지 않았다면 스스로 찾아 읽지는 못했겠다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고 있다는 자부심이 약간은 있었는데, 윤정모 작가를 처음 접하면서 보지 않으려 하면 시야에서 가려지거나 잊혀지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하여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내가 젊은 작가들이 쓰고 있는 한국 문학을 비롯하여 다소 편중된 독서목록을 가지고 있고, 그 책들의 스타일에 길들여진 나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을 책이라고 여기니 아찔했습니다. 역사의 피해자와 가해자, 일제강점기 모두 익숙한 도식이지만 익숙함을 근거로 그 구체성이 소거된 채 잊힌 삶들이 많습니다. 소설은 원로 작가가 일생을 공들여 되새겨 온 물음들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습니다. 수십 년의 글쓰기 세월로 쌓아 올린 공력과 핍진한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금세 역사의 한복판에 서서 과거이되 과거로 맺어지지 못한, 현재까지 떠밀려 온 여러 삶과 이야기를 마주하게 됩니다.
*본 게시글은 교유당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