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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ㅣ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54
개리 거팅 지음, 전혜리 옮김 / 교유서가 / 2024년 12월
평점 :
공부를 하고 책을 읽으면서 푸코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마주침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알게 된 순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기억나는 순간들만 나열해보자면 정치사상 수업에서 정치사상가로서의 푸코를 접했고, 비평 수업에서 탈구조주의 비평 이론을 배우면서 푸코를 마주했고, 젠더를 공부하면서, 사회학과 문화인류학과 빈곤에 관한 책을 읽으며 계속해서 푸코를 접했습니다. 푸코의 사상을 인용해서 과제를 한 적도 있는데, 그때 『광기의 역사』를 홀로 독파하다가 지금의 수준으로는 이 책으로 누군가에게 물리 공격밖에 가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나름 친근감이 느껴질 만큼 꽤 많이도 마주쳤습니다. 푸코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책들도 도서관이나 서점을 들락거리며 꽤 많이 들추어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보아도 푸코는 가까워지기에는 너무 분열된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에 대한 나의 지식도 한 점으로 모이지 않고 파편화되어 있어서 푸코를 입에 올리기에는 그만큼 잘 알지 못한다는 생각에 영 난감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푸코의 특정 책을 읽어나가는 가이드로서의 책들은 존재했지만, 그의 행적과 작업들을 모두 경유하며 통합적으로 푸코라는 사람을 개괄하는 입문서는 부족했던 탓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푸코의 관심이 타인들과의 교류와 시대 상황에 따라 어떤 식으로 확장되는지, 푸코의 핵심 작업들이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섬세하고 명료하게 보여주는 탁월한 입문서입니다. 특히 일반적으로 별로 주목하지 않는 푸코의 초기 저작과 후기 사유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오독 없이도 여러 길로 그의 철학과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더불어 푸코의 삶과 사유를 미학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긴장 사이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시선은 그를 이해하는 데 유효한 관점이 되어주었습니다. 순수 참여 논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술과 철학을 잇는 주요한 물음이기도 한데, 푸코 또한 그 사이에서 갈등하고 긴장감을 느끼며 치열하게 사유했다는 것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니 어쩐지 동질감마저 느껴졌습니다. 마냥 아름다운 것을 희구하고 향유하고 싶고, 정체성이 소멸되기를 바라는 탐미주의자로서의 나와 정치 참여를 생각하는 나는 다르지만 같은 사람인데, 그 사이의 줄다리기를 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문학으로부터 정치로 확장되는 그의 관심을 따라가는 일이 하나의 전기를 읽는 것처럼 흥미로웠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푸코 철학에 대한 입문서이고 푸코라는 인간에 대한 간명하고 친절한 주석입니다. 학구적으로도 인간적인 관심으로도 독해할 수 있습니다. 푸코를 담론이나 권력, 광기와 범죄와 처벌 등 파편화된 키워드로 어렴풋이 알고 있던 독자들, 푸코의 철학을 경유해 더 많은 인문학 책들을 읽고 싶은 독자들, 그리고 푸코의 취약하고도 치열한 삶을 통해 우리의 자화상을 그려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본 게시글은 교유당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