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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맨션
방우리 지음 / 교유서가 / 2025년 1월
평점 :
『낙원맨션』을 통해 방우리 작가님의 소설을 처음 읽어 보았는데, 생명력이 흐릿하게 꺼져가는 존재들을 담담하게 묘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능력이 특히 두드러진다고 느낀 단편은 「최소화의 순간」과 「ㅂ의 유실」이었고 그래서 그 두 단편이 유독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작은 존재가 더욱 축소되어가는 이야기들을 볼 때, 소설 속 표현을 인용하자면 분명히 일어나는 일들이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소외된 이야기들이 눈앞으로 복원될 때 자꾸만 그곳에 시선이 멈춥니다. 내가 스스로를 「ㅂ의 유실」 속 '병' 같은 존재감이 희미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어서 그 존재들과 나를 동일시해버리는 것일지, 불운하고 고단한 인물들을 유독 사랑스러워하기 때문일지, 전자와 후자 둘 다일지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야기를 하고 어떤 이들은 이야기가 된다는데,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분명 상실과 죽음을 향해 가는데도 이상하게 시간이 멈춘 듯, 공간에 고립된 듯한 인물들을 지켜보며 그들이 맞이하는 변화들은 일어나지 않은 일처럼 고요하게 지워지기에 이리도 자연스러울까, 그렇다면 이것이 소유정 평론가가 해설에서 언급한 '필연'의 모습일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낙원맨션』의 인물들은 누구보다도 소설적인 인물들이겠구나, 때문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필연들을 누군가는 포착해서 소설로 써야 했겠구나. 그런 납득의 순간들을 겪으며 이 책에 대한 총체적인 감상을 다음의 한 문장으로 요약했습니다.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소설.'
삶에도 필연처럼 느껴지는 상실과 변화의 순간들이 있기에, 우리는 필요한 이야기를 필요로 합니다.
*본 게시글은 교유당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