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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왼편에 서지 말아주세요
김슬기 지음, 백두리 그림 / 봄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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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어났는데 얼굴에 이상한 느낌이 든다. 한쪽에 안면 마비가 찾아왔다. 일시적인 증상인 줄 알고, 약국도 가고, 한의원도 가고, 응급실도 찾아간다.

정확한 원인은 파악할 수 없다. 스트레스가 큰 원일일 수 있다는 이야기에, 그녀의 가족들은 오직 그녀에게 건강만을 바라게 된다. 중학교 1학년이었다.

‘이 얼굴로 어떻게 학교에 가지?’

얼굴이 걱정이 아니라, 그 얼굴로 살아갈 걱정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라 울컥했다. 아주 어릴 때였는데, 막내가 교통사고로 입원하고 부모님도 병원에 있느라 집에는 나와 동생들만 있었다. 동네 아줌마들이 가끔 들여다 봐 주시고, 엄마도 우리가 먹을 것을 해 놓고 갔지만 하는 건 없어도 나름 고단했는지 얼굴에 물집이 잡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상포진이었는데, 그때는 이유를 몰랐다.

친구들은 못 본 척해주거나 괜찮냐고만 물었는데, 짓궂은 한명이 코에 뭐가 났다며 놀렸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수업시간에 조용히 놀리는 그 친구의 몸짓을 보고 울분이 터졌다. 사실 심각하게 놀린 것도 아니고, 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서러웠다. 아무와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기간이었다.

작가도 나와 비슷한 대상에게 비슷한 놀림을 받는다. 짓궂은 남학생이 그럼 이제 장애인이 된 거냐고 묻는다. 본인들은 장난이었거나 순수한 호기심이라 악의가 없었다고들 하지만, 듣는 사람은 그 말이 가시처럼 박혀 내내 아프다. 그러거나 말거나 작가의 왼쪽 눈은 눈물조차 흘리지 못한다. 작가는 슬픈 것보다 눈물이 흐르지 않는 왼쪽부터 가린다.

가족의 사랑은 가끔 상식을 뛰어넘는다. 작가도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무당을 찾아간다. 집을 지으며 수도를 막은 것이 화근이라는 무당의 말에 집에 돌아온 엄마는 물을 떠 놓고 제사를 지내며 물도 뿌리고 제사를 지낸다. 그녀도 교회를 다니고 있긴 했지만 싹싹 빌며 절까지 한다. 엄마는 무당에게서 한약에 부적까지 사고도 모자라 기도비용까지 지불하게 된다. 그렇게 1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그 중 ‘사진 찍지 마세요’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나도 교통사고 후 몸도 다 낫지 않고, 살이 많이 쪄 있어 아무도 만나기 싫은 시절이었는데, 사람들은 그런 나를 궁금해 했다. 대 놓고 구경하러 오는 사람도 있었고 부러진 다리를 만져보고 싶어했다. 남의 고통스러운 상황이 누군가에겐 흥미로운 이야기일 뿐이거나 가십거리가 될 때 당사자의 마음은 본인도 모르게 무너진다.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우리 가족은 나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았고, 오직 건강 하나만을 소망했다. (p.32 )

그렇게 투덜거리다 보니 낫지 않은 채로 어느덧 겨울이 되었다. (p.66 )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난무했다. 그 생각들은 나를 끝없이 괴롭히면서 불안과 걱정으로 자라나 나를 깊은 곳으로 추락시켰다. (p. 130)

남자 친구의 묵언 수행 덕분에 남자 친구를 향한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때부터 우리는 끝난 관계나 다름없게 되었다. (p. 162)

맨 뒤에 가족들이 그녀에게 쓰는 편지가 있어 마음이 먹먹했지만, 누구나 저마다의 아픔이 있으며 본인도 나다운 인생을 헤쳐 나가는 중이라는 작가에게 그저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야만 하는 사람의 심정을 알기에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그저 그녀의 비도 언젠가 반드시 그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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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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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선고를 받은 후의 마음을 완벽히 이해하고 공감할 순 없겠지만,?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빅 엔젤의 모습은 유쾌하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다.?그런 빅 엔젤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마음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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