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 고전 60권 - ‘책알못’들을 위한 최소한의 교양 수업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오민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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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누가 처음으로 했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밤.
이 책은 인생의 해답은 고전에 있다고 말한다. 어릴 땐 이해하지 못했는데 서른을 넘어가면서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책 속에 모든 답이 있지는 않지만, 책을 읽고 생각을 하다 보면 생각의 틀을 넘어서는 순간이 온다. 그것을 누군가는 길이라 표현하고, 누군가는 해답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은 60권을 압축 요약한 해설서와 같다.
총 8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제 1장엔 고대의 지혜를 담았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성서, 논어, 맹자, 노자, 장자, 주자, 법구경, 반야심경을 다루고 2장엔 사고와 이성을 다룬다. 베이컨, 데카르트, 스피노자, 칸트 등을 다루고 3장에선 인생, 고뇌를 이야기한 키르케고르, 니체, 하이데거, 사르트르 등을 다룬다.

4장에선 정치 사회, 5장에서 경제 생활, 6장에서 심리 언어를 다룬다. 내가 올해 가장 많이 마주해야 했던 프로이트와 융, 아들러, 소쉬르 등을 다룬다. 7장에서 사상, 현대를 다루고 8장에서 일본을 다룬다. 일본인 작가의 책이다 보니 자신의 국가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사람에 따라 취향의 차이는 있겠으나 가벼운 마음으로 고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읽는다면 꽤 괜찮은 책이라 생각된다. 간단히 책과 작가에 대한 소개와 기본 개념을 그림으로 설명해 두었다. 가장 먼저 눈이 갔던 곳은 익숙한 사람이다. 융과 프로이트.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 강의>는 여름에 읽었던 책이라 반갑기까지 했다. 프로이트만큼 비판을 많이 받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지만, 굉장한 발견을 한 것만은 인정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인간을 성(性)적 에너지로 해석하려 했기에 윤리적인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지만, 히스테리와 무의식의 세계를 깊이 연구한 정신 분석 창시자이다.

프로이트와 정신 분석을 연구하다 자신만의 분석 심리학을 창시하면서 프로이트와 갈라서게 된 칼 구스타프 융. 꿈 분석을 공부하다 보면 두 가지 방법을 만나게 된다. 프로이트 식 꿈 분석과 융 식 분석. 이 둘이 갈라지게 된 직접적인 원인도 융의 꿈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무의식이라는 개념이 없을 때부터 인간의 무의식에 관심을 가졌다는 데서 이미 범접할 수 없는 천재들이라 생각한다.

압축 스타일의 책인 만큼 깊이 있는 내용을 알기는 어렵다. 아마도 작가도 자신의 해설을 보며 관심이 생긴 독자는 고전 원문을 찾아 읽기를 기대하며 집필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한국인이라 어쩔 수 없는 건가 싶지만 철학자,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인문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인데 60권 중 한국인의 책이 한 권도 없다. 머지않아 한국의 훌륭한 학자들을 다룬 근사한 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가을은 독서의 달인데 마음 편하게 목적 없는 독서를 한 게 언제인지 생각하게 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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