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만드는 사람들 (한국어판 스페셜 에디션) - 2019 볼로냐 사일런트북 대상 수상작
곽수진 지음, 김지유 옮김 / 언제나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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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으로만 들어 보았던 사일런트북을 직접 보게 되었다.
침묵의 책.
책은 늘 조용하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대화 상대이자 스승이니까.
사일런트북은 글이 없는, 그림으로만 보는 그림책이다.이 책은 볼로냐 도서전 사일런트북 대상을 수상한 책이라고 한다.

그림체가 참 좋아서 찬찬히 보다가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할지 처음으로 고민했다. 엄청난 서평가는 아니지만, 내가 좋아서 남기는 독서기록인데, 조용한 책을 나는 어떻게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나만의 동화를 만들어봤다.
자유롭게 상상하라고 존재하는 책이 사일런트북일 테니까.
그림 동화책인데 책을 다 찍어서 공개하는 것은 좀 아닌 듯하여 순서를 섞어 몇 장만 두고 이야기를 상상해보는데 생각보다 흥미로운 일이었다. 누군가 떠오르기도 하고.


오늘밤도 트럭씨의 짐이 한가득입니다. 하루 종일 차곡차곡 실린 상자들이 언덕을 올라갑니다.

- 스노우맨 쉬엄쉬엄 하라구!
- 아 오셨어요?
오늘은 별을 좀 많이 켜야 하거든요!

스노우맨은 눈사람이에요.
어느 멋진 겨울밤, 마음 착한 튤립이가 눈사람에게 빨간 모자와 바지를 선물했어요. 늘 외로웠던 눈사람은 너무나 기뻐서 자기도 모르게 웃고 있었습니다. 나도 저 아이처럼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요.

그날 새벽, 걱정의 언덕을 날아가던 어둠 요정이 눈사람에게 말을 걸었어요.

- 얘, 너는 왜 혼자 웃고 있니?
- 한 친구에게 근사한 모자와 바지를 선물 받았거든요. 처음이었어요.
- 그것 참 이상하네. 그런데 왜 너의 별은 슬픈 빛일까?
- 난 눈사람이니까요. 보답하고 싶어도 움직일 수도 없는걸요.
- 그렇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둠 요정은 눈사람에게 멋진 선물을 해줄 수 있다며 자신만 믿으라고 큰소리쳤어요. 마침 별 가루가 조금 남아있었거든요. 하지만 눈사람은 고민에 빠졌어요. 어두운 밤, 달님이 흰옷을 입고 외출 준비를 하는 한 시간 동안만 사람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별 가루의 양이 적어 이 멋진 일을 겨울이 끝날 때까지만 할 수 있다니요.

- 이제 얼마나 남았다고 했지?
- 한 달이요. 그래서 오늘은 별을 왕창 달아둘 거예요.
- 튤립이에게 그냥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그래.
- 에이, 아직 시간이 남았는걸요. 며칠만 더 고생하면 곧 성공할 것 같아요.

스노우맨은 튤립이를 위해 은하수를 만들고 있어요. 다시 눈사람으로 변하기 전에 근사한 튤립밭을 하늘에 수놓고 튤립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요.

소식을 들은 눈사람 친구들이 스노우맨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스노우맨! 네가 홀로 별을 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고마운 친구를 만났다니 정말 부러운걸. 그래서 우리도 힘을 보태줄까 해. 마침 이번 주에 우리 회사는 휴가를 떠나게 됐거든. 너에게 도움을 받았던 친구들끼리 예쁜 별을 만들어서 보내줄게. 사장님도 먼 곳에서 꿋꿋이 눈사람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우리의 자랑 스노우맨을 응원하고 싶다고 전해달라셨어. 별도 1000개나 사주셨어.

고마운 친구 스노우맨!
우리는 네가 자랑스럽지만, 걱정되기도 해. 곧 봄이 올텐데 네가 기한 내에 돌아올 수 있을지 걱정이야. 얼른 돌아와서 맛있는 빙하를 먹어야 하지 않겠어?
잊지마. 너는 보름 내로 출발해야 해. 벌써 너의 별이 흐려지고 있어.
네가 돌아오는 날, 우리 모두 마중 나가 있을게.

- 건강하게 돌아와서 함께 얼음 비빔밥을 먹을 날을 기다리며 너의 친구 눈사람 일동)

스노우맨은 제법 큰 별도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헤어드라이어로 말려주면 더 예쁜 노란 별빛이 살아나지요. 별빛이 반짝이는 만큼 스노우맨의 몸이 녹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튤립이에게 꼭 노란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보여주고 싶어요.

스노우맨이 튤립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스노우맨은 무사히 친구들에게 돌아가 그리웠던 얼음 비빔밥을 먹을 수 있을까요?


역시 동화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그림이 다양하고 꽤 많아서 골라서 상상하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아주아주 근사한 책. 이번 학기에 여러번 꺼내 펼치게 될 것 같다. 소중한 튤립이가 별빛 환한 밤에 걱정 없이 잠드는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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