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람을 얻는가 - 초한지 유방의 인재경영 리더십
신상이반 지음, 하진이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교사를 업으로 삼고 있기에, 나는 매년 신학기가 되면 새로운 학생들을 맞이하고 1년을 꾸려간다. 함께 지내다 보면 나의 지시를 쉽게 따르는 학생도 많지만, 그 중에는 꼭 튀는 학생들도 나오기 마련이다. 교직 경력이 얼마 안 될 때는 그 학생들이 나에겐 ‘문제 학생’이었고 피하고 싶은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힘으로 눌렀고, 공포로 1년을 끌고가려 했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방법은 아니었기에 나도 힘들었고 아마도 그 학생들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 학생의 마음을 움직여야 했는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난 이제서야 깨달았다.

 

맹자는 말했다. “천하를 얻는 데 도(道)가 있으니 먼저 백성을 얻고 백성을 얻는 데 도가 있으니 먼저 백성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리하면 천하를 얻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학생의 마음을 얻지 못했으니 천하가 아닌 고작 한 반도 얻지 못했을 수 밖에.

 

사람을 얻는 대인관계술에 대한 서적은 무척 많다. 서점 자기계발서 한 코너를 가득 메울 만큼 인기 있는 내용이다. 그만큼 우리의 성장과정에서는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이 책으로 ‘공부를 따로 해야 할’ 정도로 익숙하지 않다는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첫째, 더 높은 자리에 올라, 큰일을 도모하기 위해선 친구와의 만남 같은 일상적인 인간관계와는 사뭇 다른 인간관계술이 필요하다는 것. 둘째, 그리고 이를 습득한 몇몇 사람은 마침내 천하를 얻고 원하는 바를 이루어 낸 웃는 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것은 ‘현재의 모습이 과거의 또 다른 반복’이라는 통념과 같은 표현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문명이 변화되었을지라도 인간의 본성은 일정하게 유지되어 온 것 같다. 인간의 욕구로 인한 문제, 갈등, 싸움, 화해가 겉모습만 달리했을 뿐 과거의 사건이 지금에도 발생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왕권을 향한 다툼과 음해를 다룬 이야기는 오늘날 선거의 승리를 위한 흑색선전과 닮았고, 자기를 알아주는 군주를 위해 일하는 것은 마음이 맞지 않는 사장을 떠나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것과 닮았다.

 

<어떻게 사람을 얻는가>는 초한지에 등장하는 유방과 항우의 대결을 기초로 서술하였다. 배경도, 힘도, 군사력도 약하게 시작했던 유방이 쟁쟁했던 항우를 이길 수 있었던 점은 무엇일까? 저자는 유방의 뛰어난 용인(用人)술에 주목하고 있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과거의 모습이 현재에서 반복된다는 관점에서 볼 때, 대륙을 통일한 유방의 리더십은 분명 현대사회에서 어떤 뜻을 이루고자 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롤모델로써의 의미있는 인물이다.

 

이처럼 때로는 이타적였다가 때로는 이기적인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얻는가? 이 책은 총 14장에 걸쳐 각 장에서 초한지의 사례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들을 끄집어내고 있다. 몇 가지만 언급하자면 첫째, 강한 상대 앞에서는 굴욕도 참을 줄 알아야 하고, 둘째, 없어도 있는 척 할 수 있는 뻔뻔함. 셋째, 귀인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넷째, 인재를 신뢰로 관리하며 그들의 능력에 맞게 적재적소에 기용할 줄 알아야 한다. 다섯째, 크게 보고 크게 생각하면서도 여섯째, 친한 사람일수록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할 줄 아는 능력이 유방의 리더십이다.

 

물론 유방이 여색을 밝혔으며, 특히 유방이 전쟁의 급박한 상황에서 가족을 버리기도 한 패륜적 행동으로 인해 유방이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가족도 못 지키는 무능력한 인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더는 크게 보고 크게 생각해야 한다. 그 속에서 짧은 시간 내에 더 큰 이익을 챙길 줄 알아야 한다. 물론 그것이 개인적인 이익이 되어서는 안 되며, 가까운 사람과 먼 사람 모두를 공평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유방은 가족을 버림으로써 더 큰 뜻을 함께한 사람을 구해 낸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비정함을 욕할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비범함을 우리는 배워야 할 것이다. 그런 유방이었기에 그의 밑에서는 수많은 인재들이 충심으로 모여들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유방의 용인술을 관통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절제’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피터지는 전쟁에서 승리한 리더에게는 돌아오는 많은 이익을 참아 낼 수 있어야 사람들이 리더를 따르게 된다. 둘째, 사람을 믿고 인재에게 능력에 맞는 일을 맡길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모든 일을 다 하려는 욕심은 ‘제갈량의 죽음으로 촉나라가 망한’ 것처럼 조직의 결속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셋째, 상황에 따라서는 강자에게 머리를 조아릴 수도 있어야 하고 부하의 말에도 귀 기울일줄 아는 낮춤의 자세가 있어야 한다.

 

역사에서 스스로 절제하지 못해 무너진 리더들이 많다. 멸망하는 국가 마지막 왕조에 다다르게 되면 리더 또는 그 주변인들의 욕심은 백성들과 충신들을 힘들게 함으로써 결국 다른세력에게 민심을 빼앗기고 만다.

 

리더는 눈 앞의 이익이 아닌 더 먼 곳을 바라보아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절제할 수 있는 자신의 노력을 통해 우리는 유방과 같은 인재경영리더십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역사에서 지혜를 배울 수 있고, 오늘날의 경영에 필요한 인재 관리의 노련함을 배우고 싶다면 이 책 <어떻게 사람을 얻는가>를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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