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이슬로 몸과 마음을 씻고 - 조선의 귀양터 남해 유배지를 찾아서
박진욱 지음 / 알마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바람과 이슬로 몸과 마음을 씻고

 

이 책은 과거 유배지였던 남해에 관한 책이다. 첫 장에는 남해 지도에 저자가 걸었던 장소를 점선으로 표시해 두었다. 저자가 직접 그곳을 방문하고 사람을 만나고 사진을 찍고 느낀 점을 기록한 기행문이다.

 

남해로 귀양 온 수많은 유배객들 중 몇몇 사람들은 다시 관직에 복직했겠지만, 서포 김만중처럼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 사람도 있다. 저자는 남해 곳곳을 자전거와 함께 여행하면서 유배자들의 흔적을 찾아 글과 사진으로 전하고 있다.

 

여정 순서는 남해대교에서 출발하여 충무공 사당 충렬사, 탑동 마을의 정지석탑, 비란산성을 거쳐 삼혈포, 임진산성, 금산, 죽방렴까지 다다른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이순신, 김만중을 떠올리기도 하며, 오며 가며 만난 남해 사람과의 구수한 사투리를 그대로 옮겨 대화체로 실어 생동감이 나타난다. 삼천포 항구에서 작가는 자신의 자전거를 파는 것으로 13일에 걸친 여행은 끝난다.

 

저자는 서문에서 빠름과 경쟁으로 인한 폭력성과 파괴성을 비판하고 있다. 이 둘은 현실에는 항상 승자와 패자를 낳기 때문이다. 하지만 느리게 살았을 것 같은, 삶의 여유를 즐기며 살았을 것 같은 옛 사람들도 사람들도 한편으로는 치열하게 살았다. 당쟁이 그 단적인 예다.

 

옛 사람들은 형벌 같지 않은 형벌 유배를 통해 ‘물러남의 아름다움’과 ‘돌아감의 지혜’, 그리고 ‘멈춤의 여유’를 자연스레 배웠다. 물론 교통과 통신이 수월찮았던 시절, 주류에서 밀려나 언제 다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먼 곳으로 귀양 가는 것은 권력을 탐하던 벼슬아치들에게는 무서운 형벌이었겠지만 그럴수록 물러남과 멈춤과 돌아감을 가르쳤던 게 바로 유배라는 형벌이었을 것이다.

 

‘유배’에 대한 작가의 고민과 삶에 대한 철학이 녹아있기에 기행문 이상으로 한편의 인문서적을 같았다. 이 책은 조금 더 느리게 그러면서 조금 더 알차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그런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조금이나마 용기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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