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사랑이 무사합니까? 내 사랑이 무사합니까? 세상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20대 사랑이 생각났던 소설책. 과연 이 책을 소화할 수 있을까? 마흔 중반을 넘긴 지금 잔잔한 사랑을 이해할까? 하며 딱딱한 자기 계발서나 재테크 책을 버리고 잔잔한 사랑을 전하는 소설책을 들었다. 나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다. 철학, 인문학 등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책이 나를 살리고 있었다.


메말라 버린 감정을 살렸던 건 어린 시절 읽었던 소설책 (기억나지 않음)이었다. 사랑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 배웠던 책이었다. 책이라곤 육아책이 다라고 단정 짓어버렸던 나는 육아책 말고 10대에 읽었던 소설책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마 무의식 속에 저장했던 걸 몰랐던 거.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 장편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았다. 여주(여주인공)은 자신의 감정에 아주 솔직했고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남주(남주인공)은 자신이 한 행동이 사랑인 줄 몰랐던 거. 여주는 남주의 마음이 다른 여인에게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 감정에 충실했지만 상처 받기 싫어 남주가 한 행동에 단 한 번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남주 곁을 떠나버리는 과정을 그리는 내내 가슴이 조여들었다.


20대 내 사랑을 기억하게 했던 그 과정.

어설퍼 더 매력적이었던 풋사랑. 그리고 첫사랑.

어설프기에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지도....




남주가 하는 행동은 읽는 내내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여주에게 다가갔고 여주는 가슴이 뛰고 설레는걸 일찍 감치 알아차리고 말았다. 


PD인 남주와 작가인 여주의 만남 전개가 달콤하게 다가왔다. 여주의 성격은 저자인 이도우 작가의 성격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추리해본다.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상상을 했다. 배경을 그리고 남주와 여주의 모습, 행동, 말을 그렸다. 그릴 때마다 여주 모습이 내 모습으로 비쳤다. 이때만큼은 20대 시절로 돌아가버린 나를 발견했다. 사랑을 나누는 페이지에서는 볼이 빨갛게 된 나를 발견했다.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는 나를 발견했다.


"아.. 아직 사랑이 남아 있었구나!"


남녀 간의 사랑이 메말라 버린 내 심장을 관통하는 순간마다 아쉬움을 자아 내고 함께 기뻐했던 감정들이 휘몰아칠 때마다 잠을 설쳤고 다음 장면이 궁금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엄마 지금 책이 그렇게 재미있어"라고 물어보는 아이는 엄마가 함박웃음을 보이며 몰입하는 광경을 지켜봤으리라.


"이 책 너무 재미있어! 엄마 가슴에 사랑이 꿈틀거리는 거 같아서 행복해"


"응. 그렇게 재미있구나! 근데 엄마 그만 읽어. 좀 쉬어"


500페이지 되는 책을 목요일 2시간 금요일 3시간 만에 몰입하며 읽었던 것이 아이 눈에는 안타깝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남주의 마음이 참 고왔다. 사랑하지만 자신의 사랑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대학시절 사랑했던 친구가 있었고 자신의 친구와 사랑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남자 친구가 자신이 사랑한 여자에게 상처를 줄 때마다 화를 내곤 했다. 여주는 이런 남주 마음을 알기에 더 다가가지도 더 멀어지지도 못하는 설정이 아슬아슬했다.




아직은 방황이 덜 끝난 듯한 그도, 그런 건을 사랑하는 자신도, 완벽하지 않아서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고, 자신이 건을 더 사랑하게 될 것 같았고, 언제나 모자란 점 많게 느껴지던 그녀 자신 또한 더 사랑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남주는 진짜 사랑을 찾았고 이미 곁에는 여주가 떠나고 없었다. 대학시절 그 여자에게 준 마음은 연민이라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곁에 있는 여주가 진정한 사랑이라고. 이게 사랑이라면 지금 사랑을 시작한 거라고.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는 남주 역시 혼란에 빠지는 페이지에 사뭇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내가 그랬다. 진정으로 다가온 사랑을 걷어차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았다. 그 사람 마음을 아프게 했던 나. 그래서 가슴이 아팠던 페이지에서 한없이 머물고 있었다.








"도망가지 말아요. 내 인생에서" 


남주는 자신의 사랑이 여주였다는 걸 그래서 자신의 인생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뉴질랜드에서 말한다. 따스한 남자. 멀어지는 여주를 강하게 붙잡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멀어지지도 그러나 천천히 여주 마음에 다가가는 남주는 내가 바라던 사랑이었으리라. 누군가가 붙잡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이 문구가 내 마음을 휘어잡았다. 그리고 또 한참을 머물며 '도망가지 말아요. 내 인생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랑, 이렇게 말을 해주는 사랑이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사랑에 대한 배신은 일어나지 않겠지!





"나쁜 일에도 쉼표가 필요한 법"




무슨 일이든 쉼을 선택해야 더 나은 길로 걸어갈 수 있다고, 그래서 우리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잠시 자신을 내려놓고 쉼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내 안 내면에 있다. 그걸 확인하기란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는 쉼을 선택해야 나 자신을 냉철하고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다. 진정한 사랑인지, 내가 사랑하고 있는지 확신이 보인다는 걸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서는 말한다.




뭐든지 어렵다고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하면 그런 것이고, 이때다 여기고 저지르면 이루어지는 것일 테니까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사랑은 더 가까이에 있다는 걸 본 두 주인공은 멀리 떠나봤자 사랑 앞에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랑을 그리워하면 사소한 일상을 즐기며 스스로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고 있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먼저 배려하고 상대를 먼저 믿어주고 상대를 먼저 신뢰함으로써 진정한 사랑을 찾아간다고, 어렵다고 생각한 자신의 사랑이 확신이 들 때 그냥 저지르고 마는 여주는 남주의 마음과 일치했다.


그리고 깊고 진한 사랑을 그리며 자신만의 사랑을 그리는 로맨스 사랑.


마흔을 훌쩍 넘기고서도 가슴이 아려오는 사랑 감정이 있다는 것에 크게 놀라게 했다. 한 페이지 한 구절마다 여주와 남주의 표정과 배경을 상상하며 내가 거기에 있음을 내가 그 남주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상상할 수 있었던 소설...


상상을 더 불어넣어 화려하지 않지만 그들만의 사랑을 지키며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다가가는 사랑이 참 아름답고 황홀했다.


종종 아름다운 로맨틱한 소설을 선택해 메말라버린 감성을 재 충전해본다. 내 안에 아직 머물러 있는 사랑을 찾기 위해서....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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