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 - 좋은 삶, 편안한 관계를 위한 자기 이해의 심리학
양창순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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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는 나 스스로를 제대로 마주하고 받아들이기에 너무 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불쑥 다가온 책이었다.

모두에게 필요한 위로와 칭찬, 자신에 대한 이해, 수용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다. 스웨덴에 다녀온 후 한국에 와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이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각자의 삶에 여유가 없고 자신을 사랑할 여유가 없으니 타인에 대해서도 관용적인 시각을 가질 수 없는 건 당연한 것 같다. 저자는 책을 통해 내면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끔, 나를 돌아보게끔 해주는 말들을 선물해준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모두가 알고 있는 말이겠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말이다. SNS로 타인의 잘나가는 듯한 삶을 너무 많이 접할 수 있는 요즘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란 어려운 것 같다.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하고 비교되니 말이다.

나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고 책은 말한다. 아직 많은 날들을 산 것은 아니지만 나도 순간순간 내가 모든 걸 다 알고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음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다. 이 자만심을 계속 안고 가면 정말 Real 꼰대가 되는 길이라 생각했다. 스스로 세상이치를 다 알고 있다는 자만심은 웃기게도 편견과 선입견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아주 편협해지고 내가 아는 것 이상을 받아들이는 힘이 없다는 것일테니. 그러니 편견과 선입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여기에서 놓여졌을 때 자기비난, 타인에 대한 평가에도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인생은 늘 새로운 날들의 연속

<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

호기심과 사소한 것에도 감탄하는 능력을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잃는다. 사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과 감탄하는 능력을 가진 어른이라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일 것 같다. 인생은 늘 새로운 날들의 연속임을 생생하게 느끼고 일상에, 익숙함, 평범함에 매몰되지 않을테니 말이다.

“난 참 괜찮은 사람이야”를 계속 되뇌이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의 말 중 인상깊었던 것이 바로 "자존감은 내가 사는 집"이라는 것이었다. 이 집을 튼튼하게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와 잘 지내는 시간이 필수이다. 세상은 우리의 스스로에 대한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스스로 나를 인정해줘야 타인도 나의 가치를 알아봐준다는 것이다. 영향력은 사소한 관심에서 시작한다. 칭찬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정작 스스로를 칭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나를 인정하고 칭찬해주고 있는 그대로 안아주며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항상 인정받고 싶어하는 나 자신인데 내가 먼저 알아주지 않으면 누가 인정해줄까. (물론 나에게만 관용적이고 타인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도 안되지만)

칭찬 얘기를 하니 동생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내 동생은 아주 고단수다. 칭찬을 하지 않으면 꿈쩍도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칭찬을 하게 만드는데 말할 때도 이를 악물고 칭찬하면 그게 칭찬이 아님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고집불통 모드가 또 나온다. 동생과 한 집에 살면서 윽박지르고 혼내고 하는 것보다 칭찬 몇 마디를 하는게 더 효과가 좋음을 매순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화가 나는 것을 참고 칭찬을 한다는게 참 힘든 일이지만 딱 그 순간만 넘기면 모두가 기분좋은 모먼트를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억지로라도 (그래도 진심에서 나오는 칭찬이 가장 좋겠다만) 칭찬을 하면 행복한 기운을 퍼뜨릴 수 있으니 나에게도 주변사람에게도 아낌없이 칭찬을 하자.

칭찬과 격려는 위로와 사랑으로 이끄는 가장 큰 힘이다. 다른 사람에게도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아낌없이 줄 수 있게 되기를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새겼다. 저자는 니체의 "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말을 책에 담았다. 내 삶에 주어지는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되 수동적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아가라는 것이라는 해석이 와닿았다. 내가 받은 것은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잘 지키겠다는 마음이 곧 "사랑"임을 느낄 수 있었던 구절이었다. 자신에 대한 깊은 사랑과 수용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무엇이나 지나치게 잘하려고 노심초사해서도 안 되지만 이 세상에 쉽게 포기하고 말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저자. 운명을 사랑해야하는만큼 끝까지 포기말고 내 삶을 지켜나가고 아끼는 의지가 필요하다.

우린 각자 다른 맛에 살아간다

<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

“심리의 상대성 이론”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섞여사는 세상, 우리 모두는 다양성 앞에서 마음의 문을 열 줄 알아야 한다. 상대의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각자 다른 맛에 살아가니 남이 나와 같을 필요도 내가 남의 입맛에 맞출 필요도 그 반대일 필요도 없다. 중요한거는 그 다른 맛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저자는 인간관계가 상호적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상호적이라는 것은 어느 한쪽의 의지만으로는 되는게 없다는 뜻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주며 살아간다. 내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남한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가만히 고민해보는 것으로부터 인간관계를 제대로 만드는 첫 걸음이 시작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 적절한 거리두기도 필요할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쿨한 인간관계" 또한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하니 말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어도 적절한 거리가 없다면 나중에는 서로 상처를 주고받고 개인의 영역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나이란 숫자가 아니라 느끼는 것

마르케스

이전에는 아무 생각없이 한 해가 흘러갔는데 20대 중반에 오니 나이가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 본 대학생은 마냥 자유롭고 독립적이여 보였고 20대 초반에 본 내 나이는 똑부러진 어른의 모습이었다. 지금 보는 서른살의 모습은 인간관계도 경제적인 부분도 잘 챙기는 성숙한 사회인의 이미지인데 막상 그 나이가 되면 여전히 스스로를 어리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교환학생을 가서는 나이에 대해서 정말 하나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50대 직장인도 같이 수업을 듣고 있었고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더 똑부러지게 일을 하는 것도 봤다. 내가 무엇을 하는 것에 대해서 나이를 신경쓰는 사람도 없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말을 많이 하지만 그 나이를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가 더 그 나이를 정의하는 데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내가 이 나이는 이렇게 하는 나이!라고 느끼고 규정을 해버리면 정말 그렇게 될테니까. 더 현명하고 풍요로운 이후의 삶을 위해 내 나이를 늘 활기차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라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100퍼센트 현재 이 시점에 집중하는 것”이 도라고 말한다. 과거의, 미래의 일들을 걱정하느라 지금 당장의 현실에 집중하지 못하는 오늘날 정말 닦기 힘든 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카르페디엠이라는 말을 지겹도록 많이 봐왔다. 현재를 즐기라는 건데, 실제로 그게 너무 힘드니까 사람들이 계속해서 되뇌이는 것이 아닐까.

속담 중에 "일 년 시집살이 못하는 사람 없고 벼 한 섬 못 베는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고되도 잠깐 동안은 할 만하므로 조금 힘든 일을 했다고 생색내지고 말고 남들이 하는 일을 우습게 여기지도 말라는 뜻이라는데 읽으면서 굉장히 와닿았다. 북유럽에서 생활할 때 얀테의 법칙을 처음 접했다. 나는 남들보다 특별하지 않고 남들도 마찬가지다라는 요의 교훈이 담긴 법칙이었는데 이 속담을 보면서 얀테의 법칙이 떠올랐다. 어찌되었건 비교는 금물이다. 비교를 하는 순간 어느 한쪽을 깎아내리게 된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라고, 책은 우리에게 계속 말하고 있다. 그게 행복한 나, 행복한 삶을 만드는 길이라고.

 

자유로운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현명한 피"라는 말이 지금 이순간 가장 기억에 남는다. 현명한 사람이 되기. 내가 항상 바라는 일이다. 저자는 "나는 이렇게 혹은 저렇게 되어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고 책에서 말한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매사에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고. 장점과 약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놓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많은 문항들이 '나'에 대해서 물어본다. 그 질문들에 답하려고 키보드를 두드리려는 순간 느꼈다. '아 나는 생각보다 나를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구나.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스스로의 장점과 약점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도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장 나부터가 그랬으니. 나를 규정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들여다보아야지 내가 뭘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단점이 있는지가 보인다. 그리고 나서 자유롭게 그것을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많은 부분에서 스스로를 용납하고 자유로워져야 할 줄 알아야 비로소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하나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중심에 놓고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니 내 인생 재미있게 나대로 살아야 살맛이 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할 수 있었다. 저자가 말했듯 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남들의 평가,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내가 최선을 다했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얼마나 최선을 다했고 그를 통해 무엇을 얻었고 내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걸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인생은 여행이라고 보통 많이들 얘기한다. 나부터가 스스로를 Life Traveler라 칭하니. 책은 "여행할 때 너무 지도에 골몰한 나머지 경치는 숫제 보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되지 말자고 말한다. 여행을 어떻게 하는게 즐거운 일인지 각자 자신의 스타일대로 그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여행을 하듯이 내 삶의 경로를 그리고 나아가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멋진 여행이었구나, 라는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는 우리의 삶을 경영하는 자세에 대하여 담담하게 삶의 진리를 전달해준다. 행복한 삶을 위해 나를 제대로 마주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를. 행복한 나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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