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키워드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한글’ ‘디자인’ ‘품’ ‘격’으로, 먼저 ‘한글-독창성과 역사적 가치’에서는
한글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과, 대중의 심미안을 높여야 함을 강조한다. 윤디자인그룹의 대표적인 서체인 대한민국독립만세 그리고 윤명조·윤고딕과 서체 개발의 역사, 지역 서체와 캘리그래피 서체, 전통 복원 폰트를 다룬다.
다음으로 ‘디자인-아이디어와 트렌드’에서는 미디어 환경 변화를 연구하고 기존 서체를 끊임없이 대중문화로 이끌어가는 기업이 되고자 했던 시도를 소개한다.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했던 서체들과 한글 폰트 대중화를 이끈 ‘스타폰트’, 게임이라는 소셜 플랫폼을 위한 폰트를 다룬다.
‘품-사명감과 공동체’에서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해마다 진행하는 ‘희망한글나무’ 프로젝트와, <정글>에서부터 <타이포그래피 서울>까지 여러 미디어를 운영해온 과정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격-확장과 비전’에서는 미디어 발달에 맞춰 새로운 타이포브랜딩을 만들어 나가는 시도인 전용서체와, 엉뚱상상이라는 사업부에서 글자의 영역을 확장하는 시도를 소개한다.
브랜딩 회사의 디자이너로서 읽은 이 책은 서체 회사의 간접 체험을 하는 듯한 상세한 기록이었다. 한글 서체 디자인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은 조금의 경험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각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과정을 보니 윤디자인그룹 구성원들의 장인정신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또 영문 서체를 더 많이 쓰고 익숙한 편이고, 한글 서체는 항상 언젠가 공부해야겠다 생각하고 있는 분야였는데 마침 한글날에 맞춰 이 책을 읽은 것이 뿌듯하다. 1443년 창제 연도로 보면 한글의 역사에서는 짧아 보이면서도, 디자인 회사의 연혁으로는 길다고 할 수 있는 30년이라는 세월 속 윤디자인그룹의 다양한 시도를 통한 한글 서체의 변화가 함축되어 담겨있어서, 한글 디자인의 대략적인 흐름을 짚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