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여태현 지음 / 부크럼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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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인어'와 '우주의 방'의 저자

여태현의 첫 산문집이 나왔다.

'힘내'라는 위로가 쓸모없는 날이 있다.

쓸모 있는 날이 있었으면 쓸모 없는 날도 있는 거다.

항상 필요하고 도움이 되고 좋은 것들로만

가득차 있다면 이 세상은 비우지는 못하는 가득 차기만 하는 휴지통이 될 것이다.

이럴 땐 차라리 그냥 포기해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은 억지로 괜찮아지지 말라고 한다.

너도 나도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

 

이별은 책상정리와 닮아 있다.

'쓸것과 쓰지 않을 것을 먼저 나눈 후에

다시 버릴 것과 버리지 않을 것으로 나눕니다.'

'여기서 가장 애매한 물건은 다시는 쓰지 않으면서

버리지도 않을 것으로 분류된 물건들입니다.'

#이별은 그런 것이다.

다시는 쓰지 않을 물건들 처럼 아무리 깨끗이

정리해도 미련이 남는 것. 그게 이별이다.

마음 한 구석에 오래된 상처의 흉터처럼 남아서

전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콕콕 찌르듯 아프다.

 

이유없이 외로울 때

 

 

나는 외로운 사람이라고 인정하면 된다.

세상에는 외로워질 수 밖에 없는 수만가지 이유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어느 날은 비가 와서 외롭고

어느 날은 다들 행복한 데 나만 불행한 것 같아 외롭다.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외롭다. 아무리 불러도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나는 마음대로 자궁에서 나갈 수도 없다.

누가 그랬는가?

엄마의 자궁이 요람이라고

그곳은 깊고 깊은 동굴 마냥 어둡고 침침하며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 등 인체의 장기들이 내는

각종 소음들로 가든 찬 곳이다.

이 곳에서 우리는 10달을 버티다

혼자 힘겨운 사투를 벌이며 좁은 산도를 겨우 빠져

나와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외로울 수밖에 없다.

외로움이 내 곁에 다가오면 말해주자.

기다리고 있었다고 ..

엄마 뱃속에서 부터 외로웠던 너를

 

결핍에 대하여

 

 

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다.

'고슴도치'

건드리면 안될 구석이 많은 사람

과하게 예민한 사람

항상 긴장하고 왠지 모르게 날이 서 있는 사람

한 때 김용만이 부러웠다.

저 사람은 참 편안하고 무난한 사람인 것 같아서..

거제도에는 동글동글한 자갈로 메워져 있는 해변이 있다.

사람들은 그 자갈처럼 둥글둥글하고 모나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사회생활이 편하다는 이유로 나를 바꾸려

들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사랑을 내게 준 것이리라.

하지만 저자는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에스프레소는 에스프레소일 때 그 의미가 있으니까 .

그 고슴도치가 나의 개성이자 매력이라면 ..

몽돌보다는 고슴도치로 살려 한다.

그리고 고슴도치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내 인생을 채워 나가야 겠다.

 

오늘은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자의 솔직한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모 기업의 첫 전화 응대 멘트

'고객님 사랑합니다.~' 처럼 '행복하세요'라는 말이

참 값 없이 들릴 때가 있다. 물어보고 싶었다.

정말 제가 행복하길 바라시나요 ?

때로는 '난 니가 참 밉다.' 라는 말을 듣고 싶다.

사랑 행복 나눔 기쁨 환희 같은 좋은 말 대잔치 말고 ...

그 말은 '내가 널 많이 사랑했어'라는 의미로

다가와서 가슴에 또다른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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