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노트 움직씨 퀴어 문학선 1
구묘진 지음, 방철환 옮김 / 움직씨 / 2019년 5월
평점 :
일시품절


 작가에 대하여 :

작가인 구묘진은 대학시절부터 <죄수>로 <중앙일보> 단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구독한 대중>으로 대만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 <연합 문학>중편소설 신인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작가다.

 

<악어노트>는 1994년 소설이 출간된 뒤로, 악어노트의 주인공의 별명인 <라즈>가 ‘레즈비언’이라는 뜻의 중국어 은어의 기원이 될 정도로 중국어 문화권에 강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더불어 대만 LGBT 인권 운동뿐만 아니라 지난 5월 대만에서 이루어진 동성 결혼 합법화에 큰 기여를 한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하여' 퀴어문학'이라는 장르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퀴어 문학'이란 동성애자와 같은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문학을 말한다. ' 악어노트'는 레즈비언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라즈의 일기와, 라즈와 같은 퀴어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을 악어에 비교한 우화들이 교차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동성애자인 자신을 악어로 묘사한다. 악어는 우리 사회의 통념상 징그럽고 회피하고 싶은 생명체이다. 그리고 사랑받거나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이다.

동성애자와 같은 성소수자들 또한 그렇지 않을까? 왠지 같이 있으면 이질적이고 불편한 존재.

 주인공 '라즈'는 여자를 사랑하는 자신을, 여성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는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사회적 지탄이 두렵다. 심지어 이러한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는 것도 쉽지 않다. 이 소설은 라즈와 라즈와 같은 성소수자인 주변 인물들의 심리를 일기 형식으로 잘 묘사함으로서 읽는 내내 주인공의 성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두려움 그리고 방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이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뭔가 공감하기에는 불편한 글일지도 모른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문득 내 여고시절이 떠올랐다. 그 시절 짧은 커트머리에 잘생긴 남자아이 같았던 동창생이 있었다. 그 아이는 선후배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있었고 심지어 동경하는 무리들도 생겨났다. 동성에 대한 호감 그리고 사랑 미움과 집착,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쯤은 겪어 봤을 만한 감정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라즈에 대한 충분한 공감과 이해과 함께 여고시절 우리의 우상이었던 그녀가 떠올랐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라즈가 -퀴어로서 받는 차별과 혼란에 괴로워함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랑하고자 한다. 진정한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사랑이 아닐까' ...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나는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다. 눈물이 샘물처럼 줄줄 흘러 계란이나 꿀을 온통 얼굴에 바른 듯하다. - P36

중국시보에 이런 기사가 게재되었다. ‘타이완은 앞으로 악어 보호 조치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악어는 종적을 감추게 될 것이다.‘ - P78

음경 대 질, 가슴 털 대 유방, 수염 대 긴 머리. 음경과 가슴 털과 수염은 양으로 규정짓고, 질과 유방과 긴 머리는 음으로 규정지어 양이 음으로 들어가 자물쇠를 열면 빙고! 아이가 나오는 것이다. 무조건 빙고 소리가 들려야만 바둑판을 완성할 수 있으며, 이외에는 양이든 음이든 다 무성으로 간주해‘아웃사이더’라는 찬 바다로 던져 버린다. 더 넓게는 ‘주변인’ 취급을 한다. 사람이 받는 가장 큰 고통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잘못된 대우에서 오는 것이다 - P74

누가 알겠나? 사람들은 악어를 못 알아본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악어 뉴스의 충실한 관중이다. 그들은 학원에서 돌아와 마침 저녁을 먹으면서 한편으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만 방송 뉴스 보도臺視新聞世界報導’를 본다. 가장 냉담한 연령층인 대학생들은 악어와 관계가 있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고 신문이나 뉴스 상의 관련 보도들과 거리를 두는 자세로 바뀌었다. 한 여론 조사 기관에서 악어가 이 그룹에 가장 많이 혼재해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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