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 전前사 - 이덕일 역사평설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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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까마득한 옛날도 아닌데, '근대'라고 하면 왠지 낯설고 어렵다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특히 독립운동사는 외워야 할 인물, 사건, 모임 등이 많기만 했지, 모든 것을 하나의 연결점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부분적으로 하나씩(그나마 백범 김구, 안중근, 김좌진 등 유명한 인물 위주로만) 알고 있었지, 대략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고 흘러갔으며, 왜 실패하게 되었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외워야만 했다'는 데 함정이 있었다. 그렇다. 나의 역사 공부는 시험점수를 위한 공부였을 뿐, 실제 우리 역사를 알고자 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자발적인 공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지금 남아 있는 역사 지식은 매우 얄팍해서 역사책은 멀리하고 잘 읽으려하지 않았다.
 
최근 일본 아베 총리는 한국을 겨냥한 듯한 망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자국의 군국주의를 다시 부활시켜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려는 움직임마저보이고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왜곡된 역사 교과서 문제나 독도, 위안부 문제 등 무관심 속에 자꾸 반복되는 역사문제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계속 반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시민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자신 스스로 제대로 된 역사관을 갖는 것이 필수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금의 역사 왜곡이 시작된 출발점, 일제 식민기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독립운동사에서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사회주의 운동과 아나키즘 운동 부분은 일반 교양서에서 잘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역사적 인물들을 발굴해 조명하고 있다. 김사국이나 박열 부부, 김원봉 등 적극적으로 시대를 변화시킬 방법을 모색했던 운동가들의 모습에서, 일제의 억압에 당하고만 있었던 게 아니라 자주적으로 대항하고 실천하려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열망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이 시기를 '일제대항기'라고 사용하기도 했다.
 
 
 
 
한편 다른 장에서는 일제의 잔혹한 군국주의는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 전쟁을 확대시키면서 만주와 중국, 미국을 넘본 야욕의 실체는 무엇이었는지 그 진실을 파헤치고 있다. 유년 시절 장교학교에 들어가 사람과 감정을 죽이는 방법부터 배운 어린 아이들이 자라 청년이 되었을 때, 무슨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부가 정치를 장악하게 되면, 결국 세상은 파국에 이르고야 만다. 무력으로 모든 것을 통일하고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본의 군국주의는 점차 독일의 파시즘 형국으로 변해간다.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한국과 중국에서는 상상을 초월한 약탈과 학살, 자원 갈취, 강제 징용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희생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기도 하다.
일제의 식민 야욕이 그리 간단하게 시작된 것은 아님을, 피해자의 입장에서만 역사를 봐온 나로서는 감정적으로 일본을 대할 수밖에 없었는데, 가해자인 일본 군국주의를 분석한 부분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그들의 사고방식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비상식적이고 잔혹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근대'를 조명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어서, 아무것도 몰랐던 사실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로 책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 근대 중에서도 가장 치열했고, 우리가 잘 몰랐던, 하지만 꼭 알아야 할 역사를 외면하고 그냥 지나쳤던 것은 아닐까. 한편으로는 무지했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차근차근 우리 역사를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수많은 사건과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상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책임을 미리 밝힌다. 하지만 근대 중에서도 일제 식민시대의 우리 모습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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