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BL] 슈게트는 비어있다 1 [BL] 슈게트는 비어있다 1
고기먹는카나리아 / 시크노블 / 201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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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도에 읽은 소설 중 인생작 리스트에 올리고 싶은 소설이다. 

읽으면서 느린 리더기를 붙잡고 형광펜칠을 정말 많이 했다.


보기 드문 사례 : 

작가이름(=고기먹는카나리아), 

제목(=슈게트가 뭐지?), 

키워드(=여장공) 

때문에 이전에 다른 사이트에서 연재할 당시 주목했던 소설이다.


따뜻하게 살라는 이름과 다르게,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하는 '이온'은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유명한 클럽 호스트인, 여장남자 '재제'를 만나게 된다. 재제의 무조건적인 신뢰와 호감을 받아들여, 이안은 재제와 함께 묘한 동거생활을 하게 된다. 


초반에는 재제가 어찌하여 여장을 시작하게 된 것인지.. 재제의 배경과 마음 속이 궁금해서, 묘한 재제와 이온의 동거생활을 관조하는 느낌으로 읽었다. 


여자로 보이고 싶은 재제, 남자로 안고 싶은 재제, 이온에게 다 똑같은 재제일뿐 이었지만..

재제 스스로는 기쁜듯 슬픈듯 상반된 감정으로 괴로워한다.


재제와 이온이 서로에게 무엇인가를 강요하거나, 조건을 걸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 

평화로운 생활을 하는 듯 하지만, 이온은 점점 재제에게 이것저것 기대하고 바라기도 하고,

재제가 자신을 믿고 터놓고 대화하지 않음에 대해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타인에게 집착하는 것은 오직 '온기' 뿐이었던 이온을 생각하면 작지만 큰 변화인 셈이다. 

재제는 그런 이온의 행동에 놀라기도 하지만, 이온이 '현재 행복하다'고 언급하자,

눈물을 흘리고, 사랑을 속삭이기도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재제의 꿈이던 카페 오픈을 준비하는데,

어느 날 이온의 안정적인 세계는 모두 박살나고 만다.

이온이 알지 못하는 범죄의 누명을 쓰고, 사랑하는 연인만을 기다릴 때,

나타난 것은 재제가 아닌 한재림이었다.


연재 당시 앞부분만 읽었고, 소설을 읽어가면서 

두 사람이 너무 쉽게 풀리고, 재제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모순점이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놀랍게도 재제가 '복수'만을 위해 이 모든 것들을 계획했다는 점은

정말 신선한 반전이었다.

보통사람은 절대 하지 않을 법 한, 한재림만이 할만한 방식이다.


재림은 이온에게 아래와 같은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행복해져서 고마워. 널 불행하게 할 수 있게 해 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


과거에 이온을 사랑하지 않았던 수은은 죽음 직전, 

죽음을 거부하는 이온을 밀어내고 이온의 엄마처럼 죽음을 따라간다.

작가님께 야속함을 느낄 정도로, 이온이 정말 불쌍했다.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지 못했고, 사랑을 그리워하지만,

수은에게는 폭력만 당하고, 수은도 죽음으로 떠나버리고.. 

이온이 그렇게 떠돌 수 밖에 없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온은 복역을 하면서 어떤 아저씨와 알게 되고, 아저씨에게 포기하지말고, 무조건 참지 말라는 조언을 듣게 된다. 

이로서 자기만의 세계 없이, 타인의 온기만을 쫓던 이온이 좀더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소설을 읽으면서 누군가가 행복해지길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재제는 면회를 찾아와, 

자신이 이온을 감옥으로 보냈다는 것을 부정한다.

이온이 한재림을 대하듯 대하자,

재림이 목을 기괴하게 꺾다가 풀썩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때 재제의 얼굴은 사라지고 없었다는 구절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온에게 복수하기 위해 수림누나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캐릭터 재제,

좋아하던 수은을 따라 만들어낸 캐릭터 한재림.

한재림과 재제는 이면에서 충돌한다.


재림에게 이온이 없는 세계는, 

텅비어버린 슈게트처럼 권태롭고 희로애락이 배제된 세계였다.


출소한 뒤 재림은 이온에게 수차례 찾아오고, 

이온은 아저씨의 '안전하게 가라'는 조언을 잠시 접어두고,

같이 있음으로서 불행해지고 행복해지기 위하여, 재림과 동거를 시작한다.

재림과 이온은 계속 충돌하며, 서로에 대한 사랑과 불행을 읇는다.


과거에 이온이 행복을 언급하던 때 조차, 이온은 온전히 행복하지 않았다는 점도

또 하나의 반전이었다.

카페 나무 아래 묻어둔 이온의 쪽지 내용은 텅 비어있었고,

재림 속의 재제는 이온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음에 비명을 질렀다.


두 사람이 서로의 내면을 철저히 내보이고 부딪히면서, 

서로를 받아들이지만,

2권 끝에서조차 이온과 재림은 불안정했고..

외전에서도 내내 둘은 집착하고 구속하거나 불안정한 사랑을 하지만,

슈게트는 계속 비어있지만,

온전하지 않은 그 둘이기에 사랑하는 모습도 그들 그자체인것 같다.


슈게트는 비어있다의 구절들 중 인상깊은 구절들이 정말 많지만.. 

내내 이온을 응원했기에

어렵게 두 구절을 인용하여, 리뷰를 마무리한다.


- 이온과 재림, 그리고 서로를 향한 뜨거운 마음과 달아오른 몸 밖에 없었다. 

그 순간 이온은 비로소 이온이 되었다. 


- 이온은 온 몸으로 속죄하는 재림을 그저 말없이 받아주었다. 

한재림 씨도, 재제도 전부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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