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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1 - 제1부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평점 :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단숨에 스타 작가로 만들어 놓은 『개미』를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다. 그의 최신작들은 거의 다 읽었으나 오히려 초기작을 읽지 않았는데 드디어 이 『개미』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곤충학자 에드몽 웰스는 죽으면서 조카 조나탕에게 집을 유산으로 남긴다. 가족과 함께 삼촌네 집으로 이사를 오고 절대 지하실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삼촌의 경고 편지가 받았으나 우연한 일로 지하실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조나탕을 시작으로 지하로 들어가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생기며 인간 세계와 개미 세계가 조우하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진다. 조나탕이 만나는 개미 세계는 벨로캉이라는 거대 개미 왕국으로 아주 잘 갖추어진 그들만의 시스템이 존재하는 정교한 집단이다. 각자 맡은 바를 충실히 해내는 개미들의 완벽하고 평화로운 세계에 개미들이 죽어가며 이 왕국 안에 분열이 일어난다.
그의 최신작들처럼 인간과 다른 종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방법이 등장한다. 개미에게서는 개미가 내뿜는 페로몬을 분석해서 인간의 언어로 그리고 인간의 언어를 개미가 이해할 수 있는 페로몬으로 만들어내는 리빙스터 박사 기계는 에드몽이 지하실에 만들어 놓은 것이다.
개미집과 우리가 사는 지구가 차이가 있다면, 개미들은 유리 벽 안에 갇혀 있고 우리는 물리적인 힘, 즉 지구의 인력에 의해 갇혀 있다는 점뿐입니다. (p.239)
사회 계층 구조에서 더 높이 더 빨리 올라가는 사람들은, 새로운 개념과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람들을 유혹할 줄 알고 살인자들을 모을 줄 알며 정보를 왜곡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p.305)
어리석은지고! 설사 외계인이 존재한다 한들, 우리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의미를 나타내려고 할 때 그것이 그들에게 똑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는 없다. 우리가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며 다가가면, 그들은 그것을 위협하는 몸짓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우리는 할복자살을 하는 일본인이나 카스트 제도를 가진 인도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들끼리도 서로 이해를 못 하고 있는 마당에...... 개미를 이해하겠다는 헛된 생각을 품었다니! (p.415)
초반부 수시로 개미의 시점과 인간의 시점이 교차하며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갈지 감이 잡히지 않아 몰입이 힘들었지만, 지하실로 들어가면서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되었다. 방대한 개미 세계에 대한 묘사는 저자가 개미 생태를 얼마나 깊이 파고들었는지 여실히 느끼게 된다. 평소 개미에 대한 신비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개미 세계를 만나고 보니 경이롭기도 하면서 인간만이 이 지구의 주인이 아님을 되새기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