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클래식 라이브러리 8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순배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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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랜드 태생의 영국 극작가이자 시인 겸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

심미주의와 데카당스 운동에 앞장서며 빅토리아 시대의 인싸였지만 동성애자로 낙인찍힌 후 대중의 비난을 한 몸에 받으며 징역을 선고받고 출소 뒤 결국 건강 악화로 생을 마감한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화가 바질 홀워드가 아름다운 청년 도리언 그레이에 반해 그의 초상화를 그린다. 바질 홀워드를 통해 도리언 그레이를 소개받은 헨리 워턴 경은 도리언에게 인생에서 추구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은 아름다움과 감각의 성취라고 말한다. 헨리의 영향으로 순수하던 청년 도리언은 자신의 젊음과 아름다움에 집착하고 초상화가 자신 대신 노화되기를 바란다. 도리언의 바람대로 그가 죄와 방탕의 삶에 빠져들수록 그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지만, 초상화는 그의 도덕적 타락을 반영하면서 점점 더 기괴해진다. 결국 도리언은 초상화를 파괴하지만 자신이 죽게 되는 자멸의 결말을 맞이한다.

 

삶을 누리세요! 당신 안에 있는 놀라운 삶을 누리세요! 당신에게 있는 어느 것도 잃지 않도록 하세요. 항상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찾아가세요.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말고. (p.38)

 

나는 아름다움이 다하지 않는 모든 것을 질투합니다. 나는 당신이 나를 모델로 그린 초상화를 질투합니다. 그것은 왜 내가 잃어야 하는 것을 계속 지니고 있지요? 지나가는 시간은 내게서 무엇인 가를 뺏어다가 그림에 그것을 내어 주는 거예요. , 만약 그 반대가 된다면! 만일 바뀌는 것은 이 그림이고, 나는 지금의 나로 항상 있을 수 있다면! (p.44)

 

달콤하든 씁쓸하든 쾌락주의의 목적은 경험의 결과가 아니라 경험 그 자체에 있는 것이다. 쾌락주의는 감각을 둔하게 만드는 저속한 사치와 마찬가지로, 감각을 약화하는 금욕주의와도 아무 상관이 없다. 그것은 인간에게 한순간에 불과한 생의 순간들에 집중하도록 가르쳐 주는 것이어야 한다. (p.151)

 

이번에 새롭게 아르테에서 펴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검열 과정에서 수정과 삭제를 거친 초판본이 아닌 검열이 가해지기 전의 무삭제 원고의 번역본이다. 이 작품이 발표될 당시 문제가 되었던 동성애적인 암시를 담고 있다는 부분들이 현재의 시점으로 본다면 무리가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무삭제 원고의 번역본을 읽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 작품은 예술이 윤리적, 교훈적 목적을 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감각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병적인 감수성, 탐미적 경향, 전통의 부정과 비도덕성을 특징으로 하는 데카당스를 잘 담아내었다.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선의 작품들도 좋았는데 그의 유일한 장편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너무 재미있기에 작가의 글솜씨에 또 한 번 감탄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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