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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미궁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3년 4월
평점 :

《한국공포문학단편선》3에 단편소설 <선잠>으로 데뷔한 후 공포 미스터리와 스릴러 장르를 병행해 작품을 쓰고 있는 전건우 작가의 신작 『안개 미궁』 속 출구 없는 미로 속에 갇힌 이들의 죽느냐 사느냐의 탈출 게임을 만나보았다.
붉은 안개가 내려오면.……
세상이 무너지고……
새로운 차원이 열려……
이계의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선택된 자들만이 ……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p.147)
10명이 미궁에 갇혀 목숨을 건 미션을 통과해야 한다. 자신의 이름, 나이, 직업만 기억할 뿐 다른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은 왜 이곳에 모이게 된 것일까? 어린아이가 그려놓은 조잡한 그림 같은 이 공간은 미션 단계마다 순간 이동처럼 변한다. 자신들을 누군가 지켜보며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지시하는데 늑대인간, 홍수, 살인 나방, 공룡, 악귀 등이 나타나며 미션은 쉬운 단계부터 어려운 단계로 이어진다. 미션을 통과하면서 죽게 되는 사람들과 살아남은 이들은 드디어 이곳에 갇힌 이유를 떠올리게 된다. 한 사건과 연관된 다른 이들과 달리 유민욱은 이 사건과 관련이 없지만 그의 직업은 다른 이의 무의식에 들어가 전이를 하는 다이버임을 기억해 낸다.
우리를 가지고 노는 이 자들은 끊임없이 선택을 하게 만들어. 그리고 그 선택들은 우리의 죄책감을 자극하고. (p.142)
한편 실종된 사람들을 찾던 민간조사원 나도희는 실종된 사람들의 공통점이 <안개 미궁>이라는 게임과 관련이 있음을 발견한다. 나도희는 민욱과 친분이 있었고 그 또한 나도희에게 긴박한 음성 메시지를 남긴 후 실종된 사실이 밝혀지며 <안개 미궁> 게임과 무의식 전이의 관계점을 찾아 나선다.
미션을 통과하면서 매 위기의 순간 사람들은 타인을 돕고 협력하려는 모습과 자신만 살아남기 위한 이기적인 본성을 드러내며 난관의 난관을 거듭한다. 순간적인 충동과 귀찮다는 이유로 간과한 사건의 피해자가 받은 상처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복수를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결국 살인에 이른다. 이런 복수심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또 다른 악의 등장은 문제해결의 긴장감을 더 배가시킨다. 다음 미션이 궁금하고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궁금증과 함께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마주한다. 흥미진진한 미스터리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이야기에 빠질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