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삶 클래식 라이브러리 2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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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에서 5년간의 준비 끝에 2023년 봄과 함께 새롭게 선보이는 세계문학 시리즈인 클래식 라이브러리의 두 번째 작품으로 평온한 삶이 출간되었다. 프랑스 소설가이자 극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내겐 영화<연인>의 원작 소설 작가로 처음 알게 된 작가이다. 본명은 마르그리트 도나디외이며 프랑스 식민지 베트남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냈고 프랑스로 돌아와 대학에 들어간다. 70여편의 작품을 출간하면서 1950년대 이후 프랑스 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한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한 작가로 이 작품은 그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제롬이 니콜라와 싸운 후 죽음에 이른다. 프랑수의 가족에게 불행을 몰고 왔다고 여겨지는 제롬이 고통 속에 죽어가지만 다들 방관한다. 조카 니콜라의 부인 클레망스와의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응당 제롬이 고통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듯 가족들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프랑수는 니콜라에게 제롬과 클레망스의 관계를 알려줬기에 제롬이 죽은 것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프랑수의 심리적 변화와 갈등, 시골에 고립과 가까운 가족의 삶, 서로에게 가족밖에 없으나 마음을 나눌 수 없는 가족 등 이들은 결코 평화로워 보이지 않았다. 티엔의 사랑을 원하지만 그조차 끝이 보이는 관계다.

엄마는 흘러가는 날들의 반짝거림에 매혹당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알았다. 우울한 날이든 즐거운 날이든 엄마는 슬퍼하거나 기뻐할 마음이 없었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았다. 엄마는 우리와 함께 있지 않았다.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있었고, 그 시간과 하나였다. (p.55~56)

 

나의 삶. 그것은 내가 맛도 모른 채 무심코 일부를 베어 먹은 과일이다. 지금의 이 나이도 이 모습도 내 책임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 모습을 알아본다. 이게 나다. 좋다. 어쩔 수 없다. 나는 바로 그 모습으로 정해졌고, 영원히 그렇다. (p.107)

 

제목과 달리 시작부터 이 가족에게 불길한 그림자가 엄습한다. 그리고 끝내 그들에게 평온한 삶은 보이지 않는다. 제롬만 사라지면 자연스레 평화가 찾아올 것 같았던 이 가족에겐 연이은 불행이 이어진다. 가족 관계에서 빚어지는 불안과 절망이 작가의 작품 세계 전체에 걸쳐 꾸준히 나타나는데, 초기 작품이 평온한 삶에는 그것이 온전히 그려져 있다고 한다.

 

나는 잔다. 다가올 사건들이 어떤 것이든 나는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다.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미 내 자리를 골랐다. 나는 내 자리를 바라보는 것 외에는 아무 할 일이 없는 곳에 있다. (p.180~181)

 

프랑수가 그토록 원하던 평화로운 삶은 찾아올까? 사랑에 목 말라하는 하는 순수함도 모두 다 갖고 싶어 하는 영악함도 보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엔 현실에 안주하며 자포자기하는 프랑수의 심리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기도 하고 내가 처음 만나게 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작품을 아르테의 클래식 라이브러리로 만나서 더욱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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