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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논드호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지혜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4월
평점 :

빙하가 다 녹아 땅이 바다에 모두 잠긴 후 19척의 배만이 인간의 삶의 터전이 된 미래의 이야기를 다룬 정지혜 작가의 『다마논드호』를 읽어보았다.
“불공평해야지. 불공평은 인생의 진리니까. 불공평해야 공평해지거든. 그게 이 세상을 움직이게 만든다고. (p.46)
19척의 배 중 하나인 다마논드호에서도 여전히 현재와 같이 권력을 가진 자는 지속적인 권력 유지를 위해 누군가는 가지지 못한 불균형의 사회질서가 이곳에서도 엄연히 존재한다. 또한 한정된 물자로 인해 하위 계층의 궁핍한 삶은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 되어버리고 결혼과 출산도 철저히 통제된다. 또한, 오물과 폐수를 바다에 몰래 바다에 흘려보내며 여전히 환경파괴를 일삼는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직업을 자손에게 물려준다. 그것이 바로 바다 위 세상의 체제이며 사람들이 믿는 용왕의 지시이다. (p.79)
재력가들과 권력자들이 원하는 대로 체제가 정착되어갔다. 그들에게 믿음은 곧 안정이었다. 가진 것을 지킬 수 있는 게 믿음이었다. 누군가가 더 많이 가지면 누군가는 덜 가져야 하고 누군가가 권력을 가지면 누군가는 따라야 하는 것. 세상이 공평하다고 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것이 진정한 공평이다. (p.150~151)
최하층 37 주거 단지촌에서 상위층인 수호그룹으로 올라온 수호와 몬구는 신분 상승의 이유가 다르다. 수호는 10년 전 수호그룹으로 오게 된 이유를 모르고 이곳에서 겉도는 존재이지만 현 상태에서 안주하는 것만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이와 달리 얼마 전 이곳으로 온 몬구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왜 자신이 이곳으로 소속이 옮겨졌는지 몰래 조사를 시작한다. 상위 계층은 왕부라는 허수아비 인물을 내세워 용왕에 대한 믿음으로 하층을 지배하며 철저한 계급사회를 유지한다. 예전 37 주거 단지촌에서 부모 없는 어린 수호를 돌봐주던 마요가 결혼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그의 연인 수지가 임신한다. 태어날 아기를 필사적으로 살리겠다고 마음먹은 마요의 힘겨운 노력이 시작된다. 밝혀지는 수호의 신분, 몬구가 수호그룹에 오게 된 이유, 태어난 마요의 아이가 어떻게 되는지가 그려진다.
근래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다 녹아 땅이 수면 아래로 잠긴 후 암담한 지구의 미래를 그린 소설들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이런 디스토피아의 미래에서도 지구 환경 파괴의 주범인 우리 인간은 여전히 이기적이고 자신의 권력과 부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미래 이야기이지만 인간이 가진 특성인 이기심을 배제한 미래는 존재하지 않기에 당연한 것인가? 우리는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과 경쟁사회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이 책에 그려진 미래는 희망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모습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 읽는 내내 더 마음이 불편했던 것 같다. 이런 미래의 모습을 자주 접하다 보니 해수면 상승으로 지면이 모두 물에 잠기지 않기를 정말 간절히 바라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