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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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코는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수많은 화제작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엔 700페이지 가량의 외사랑은 제목에서 추측되는 로맨스 분위기와 달리 인간의 성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학 시절 미식축구부였던 멤버들은 1년에 한 번씩 도쿄에서 모인다. 이날도 모임 후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데쓰로와 스가이는 미식축구부 매니저였던 히우라 미쓰키를 3년 만에 만난다. 미쓰키는 자신이 몸은 여성이지만 마음은 남성인 성 정체성장애자이며 누군가를 살해하고 자수할 예정이라고 고백한다. 이제야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던 미쓰키가 스토커였던 사람을 죽였다고 감옥에 가서 다시 여성의 신체로 살아가게 되는 걸 막고 싶다는 데쓰로의 아내 다카구라의 설득에 데쓰로도 동조한다. 대학 시절 데쓰로는 미쓰키와 하룻밤 관계를 맺었었는데 설상가상으로 미쓰키는 데쓰로의 아내 다카구라를 남자로서 예전부터 좋아했었다고 고백한다. 기자이자 미식축구부 출신 하야타는 냉철함과 예리함으로 이 살인 사건을 추적하며 누가 피의자던지 자신은 진실을 밝히겠다는 소신을 밝힌다. 미쓰키를 지키려고 이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는지 예의주시하면서 데쓰로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니었다. 미쓰키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여성이 되고 싶은 남자, 남자가 되고 싶은 여성들과 모종의 일을 꾸몄고 이 일에 역시 미식축구부 출신의 나카오 고스케의 조력을 받았었다. 알면 알게 될수록 이 사건의 이면에는 인간이 가진 성이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이 뫼비우스띠 위에 있어요. 완전한 남자도, 완전한 여자도 없어 요 또 각자가 지닌 뫼비우스 띠도 하나가 아니에요. 어떤 부분은 남성적이지만, 다른 부분은 여성적인 것이 평범한 인간이에요. (p.421)

 

원래 모든 인간이 완전한 검은색도 하얀색도 아니야. 검은색에서 하얀색으로 변화하는 그러데이션 속 어딘가에 있지. 미쓰키는 그 딱 중앙에 있고. (p.675)

 

한때 대학교 미식축구부에서 자신이 맡은 포지션에 최선을 다하며 하나로 뭉쳤던 이들은 세월이 지나며 각자가 걸어온 길은 달랐고 서로에게 밝히지 못한 개인사가 있었다. 미쓰키 사건을 계기로 몰랐던 개인사가 밝혀지며 서로에게 상처가 되거나 혹은 서로를 깊이 있게 알게 된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의 틀 안에 인간이 가진 성의 다양성을 외면하고 살았음을 히가노시 게이코는 콕 집어 말한다. 남자라면 혹은 여자라면 당연히 이래야 한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조건을 다는 것이 얼마나 편협한 시간인지 콕 집어 이야기한다. 성정체성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없지만, 결코 이분법으로 나눌 수도 나누어서도 안 된다는 히가노시 게이코의 깊이 있는 이야기는 살인 사건과 그리고 미식축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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