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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손길 ㅣ 페르세포네 × 하데스 1
스칼릿 세인트클레어 지음, 최현지 옮김 / 해냄 / 2022년 9월
평점 :

우리가 그리스·로마 신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아마도 신의 변화무쌍한 능력, 인간사에 개입해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인간처럼 여러 감정에 휘둘리는 나약함도 가진 존재라는 것이 아마도 우리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스칼릿 세인트클레어의 어둠의 손길은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와 지옥의 신 하데스의 이야기를 현대적 감각으로 각색한 에로틱 로맨스 판타지이다. 여전히 인간과 신은 각자의 능력과 역할은 엄격한 차이가 나지만 신은 대기업처럼 많은 사업채를 운영하고 인간들의 삶 속에 깊이 관여하며 공존하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다.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는 엄마의 과보호에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고 봄의 여신이지만 다른 신처럼 특별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데메테르의 품에서 벗어나 자유를 원했고 인간들 속에 평범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자 한다. 대학교 졸업을 6개월 앞두고 룸메이트 렉스와 하데스가 운영하는 클럽에 들렀다가 엄마가 그토록 조심하라던 하데스와 마주치고 이 둘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든다. 하데스와 포커에서 져 6개월 안에 지하세계에 생명을 키워내지 못하면 영원히 지하세계에 지내야 한다는 내기를 하게 된다. 페르세포네는 감정이 풍부하고 사랑과 온정이 넘치지만, 자신에게 잠재된 능력을 잘 알지 못하고 하데스를 향한 감정이 사랑인지 한순간의 열정인지 정확히 확신하지 못하면서 그에게 빠져드는 걸 두려워한다. 하지만 하데스의 페르세포네에 대한 굳건한 사랑으로 페르세포네가 잠재된 능력을 깨우고 하데스의 부인으로 지하세계 여왕의 자리를 받아들인다.
신화에는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자하 세계로 납치하지만, 이 소설에선 페르세포네의 선택으로 하데스와 곁에 있는 것을 선택한다. 페르세포네를 수동적인 인물에서 갇힌 틀에 벗어나 자신의 성장을 위해 스스로 노력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로 탈바꿈했다. 지하세계 죽은 자들의 신이라 어두운 이미지로 그려진 것이 아닌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로 묘사된 하데스 또한 이 소설의 중심인물로 페르세포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어쩌면 천방지축 페르세포네와 달리 모든 걸 다 갖추고 속도 넓은 하데스에게 사심 가득 담아 읽었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에로틱 로맨스 판타지라는 말에 걸맞게 흥미로운 전개와 이 둘의 사랑은 정주행을 불러일으킨다. 스스로 자신을 믿고 사랑하지 않으면 타인에 대한 진정한 사랑도 힘든 것임을 페르세포네를 통해 보여주는데 앞으로 펼쳐질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남겨진 이야기 또한 빨리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