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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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는 책 제목이 너무 강렬했고 가족이라는 환상으로 집요하게 들추는 미스터리라는 점에서 궁금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소년의 죽음 뒤에 밝혀지지 않은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지 책으로 들어가 보았다.

2004년 여성 연쇄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인물이 경찰서에서 도주해 자전거를 훔쳐 달아난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났다. 새벽 두 시 용의자를 목격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불심검문을 피해 자전거를 타고 도망치던 15세 중학생 다이키가 주차된 트럭에 부딪히며 사망한다. 다이키의 죽음을 둘러싼 공범이다, 동네에서 여자 속옷을 훔치던 범인이다, 다이키 때문에 용의자를 못 잡았다 등 걷잡을 수 없는 추측과 비난이 난무한다. 엄마 이즈미는 모범생이던 아들이 사망하자 자신 때문에 아이가 죽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일상적인 생활과 사고가 불가능해지며 가족과의 관계도 붕괴하고 타인을 해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이즈미의 안에서 다이키는 아직 존재하고 있다. 모습을 잃고 비늘구름처럼 뿔뿔이 흩어져 이 세상을 부유하는 이미지다. 사람들이 입에 담는  만큼의 다이키가 있다. 다이키를 입에 담는 사람 곁에 다이키가 있는 것이다. 뿔뿔이 흩어진 다이키는 모르는 사람들의 악의에 농락당해 이즈미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p.39)

 

엄마와 함께 있으면 혐오가 더 짙어진다. 남동생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지 않는 누나인 것처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죄책감에 좀먹힌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이제 엄마와는 함께 있을 수 없다. (p.89)

 

2019년 빌라에 여성이 죽고 그녀와 외도하던 모모이 다쓰히코도 종적을 감추면서 살해 용의자로 주목되고 이 사건을 가쿠토와 미쓰야 형사가 맡게 된다. 실력도 좋지만 괴짜로 소문난 미쓰야는 어린 시절 살해당한 엄마의 시신을 발견했고 범인이라고 지목된 엄마의 남자친구가 진범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처를 안고 사는 미쓰다에겐 왜 엄마가 죽었어야 했는지는 풀리지 않은 의문으로 남아있다. 모모이의 엄마 지에는 아들을 찾기 위해 애를 쓰지만 너무나도 태연히 생활하는 며느리 노노코에 대한 불만을 쌓아가며 비이성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결국 며느리가 노노코를 살해한 것으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미쓰야는 2004년의 다이키의 사망과 이번 모모이 실종 사건에서 연결점이 있을 것 같다는 예감으로 이 두 사건을 함께 조사한다.

 

 

 이 두 개의 사건에서는 가족이라는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맹목적인 믿음과 사랑이 가족의 본 모습과 진실을 가려버린다는 걸 이즈미와 지에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다이키가 왜 그날 밤 그곳에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책의 마지막 순간에서야 드러난다. 강렬한 서스펜스보다는 나 또한 그날의 진실을 알고 싶고 두 사건의 연결점을 찾기 위해 그리고 결말이 너무 궁금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해 밤잠을 설쳤다. 이 책이 페이지 터너라고 말하는 이유는 책의 결말을 읽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끝까지 방심은 금물이며 그 끝에서 숨겨진 충격적이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맹목적일 때 그 순수한 사랑이 광기로 변하는 과정과 남은 가족의 상처를 잘 표현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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