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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여름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5월
평점 :

일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양대 문학상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수상한 즈치무라 미즈키의 신작 장편소설 『호박의 여름』. 이 작품은 2019년 3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22개월 동안 무려 열한 개 신문사에서 동시 연재되었다. 30년 전에 기억 속에 머물러있던 그 여름의 진실은 무엇인지 이야기로 들어가 보았다.
부모님과 떨어져 아이들만 생활하는 미래학교. 일반 학교 교육의 미흡함을 채우기 위한 이상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이 배움터이다. 이곳에서 샘물은 신성시되는 곳으로 새벽에 이 샘에 자신이 가장 아끼는 물건을 넣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듣고 사람들 몰래 샘에 소원을 빌러 가게 되는 7살 미카는 연말연시에만 만날 수 있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싶다는 소원을 빈다. 이곳은 여름 방학에 일주일간 여름 캠프를 열어 외부 학생을 받는다. 이 배움터의 장점이라고 내세우는 문답이라는 대화를 통해 사고의 깊이를 넓혀 이곳 아이들이 성적이 좋다는 것과 편식이 없어진다고 홍보한다. 몇 년 뒤 이 여름 캠프에 친구 유이의 초청으로 참여하게 된 초등학교 4학년 노리코는 동갑인 미카와 그리고 고등학생인 시게루와 친해지고 미카를 만나기 위해 2년을 더 여름 캠프에 참가하지만 6학년 마지막 캠프 때는 미카를 만나지 못했다. 30년 뒤 변호사가 된 노리코는 한 가정을 이루고 딸 아이코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워킹맘이다. 초등학교 시절 여름 캠프를 보냈던 미래학교 배움터에서 백골 사체가 발견되면서 자신들의 손녀가 아닌지 확인을 해달라는 노부부의 의뢰를 받게 되면서 이곳의 기억을 떠올리며 혹시나 백골 사체가 마지막 캠프에서 만나지 못했던 미카는 아닐지 걱정하게 된다. 백골 사체의 신원이 파악되고 아이의 죽음을 은폐한 미래학교와 아이를 죽였다고 추측되는 사람에게 소송을 제기한다. 이 사건으로 미래학교에 대한 여러 억측이 난무하고 노리코는 여름 캠프에 참여했던 과거가 알려져 사람들의 비판을 받게 되는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로 살인자로 지목된 사람을 변호할지 고민에 빠진다. 결국, 이 사건의 변호를 맡아 그해 여름 그 미래학교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과연 그 여름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이를 위한다고 생각하기에 결정한 교육, 아이를 생각하는 애정, 떨어져 살아간다는 선택, 자신의 상태. 왜 맡겼는지를 한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분명 불가능하다. 명확한 이유를 그곳에서 찾으려 드는 것은 주변의 이기심이다. (p.537)
세상에는 정답이 있다고 믿게 하는 것.
정답도 이것이 절대적이라고 하는 올바름도 이 세상에는 명확히 존재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 유도된 사고방식이라고 미카가 깨달은 것은 언제일까. 미래 학교에서는 언제든 정답이 있는 것처럼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p.598)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상처를 안고 있던 이 아이들이 서로에게 고맙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처럼 느끼며 우정을 소중히 여겼던 이 소녀들의 30년 전 추억 속 호박의 여름은 과연 행복했던 시간이었을까? 노리코도 미카도 서로를 더 깊이 알지 못했던 그 여름의 백골 사체라는 미스터리한 사건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워킹맘이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육아 시설이 턱없이 모자라는 현실도 잘 반영한다. 또한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과 그 열망으로 인해 또 발생하는 문제점을 깊이 있게 다룬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미스터리의 요소만 갖춘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좋은 부모란 무엇인지 그리고 이상적인 교육은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는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부족한 점을 조금씩 고쳐나가는 것이지 정답을 정해두고 그것에 맞춰 행해지는 것은 정답으로 가는 길이 아님을 말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부족하고 사회도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지만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특수한 집단만의 몫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풀어나갈 숙제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