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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대로 하세요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2년 5월
평점 :

희곡을 많이 접하지 못해 어렵다는 선입견을 품고 있기에 그동안 셰익스피어 작품을 편하게 읽어보지 못했다. 이런 내 기우와 달리 이번에 『뜻대로 하세요』는 유쾌하게 읽어볼 수 있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뜻대로 하세요』를 통해 셰익스피어의 위트와 유머를 만나보았다.
올란도는 아버지의 재산을 모두 가진 큰 형 올리버를 원망하고 올리버 또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동생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한다. 형을 쫓아내고 공작자리에 오른 프레드릭은 딸 실리아의 부탁으로 조카 로잘린드를 거두지만 조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우연히 만난 올리버와 로잘리드는 서로에게 끌리지만 각자 쫓기는 신세가 되면서 마음속으로 사랑을 키워나간다. 이 둘의 사랑 이야기가 주가 되고 등장인물 간의 복수와 화해 그리고 인생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궁중 어릿광대인 터치스톤이 남들을 웃기기 위해 하는 말들 속에는 위트와 유머만 담긴 것이 아닌 인생과 사랑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과 교훈이 담겨있다.
'열 시군, 우리는 세상이 흘러가는 걸
이렇게 알 수 있지.
한 시간 전에는 아홉 시였으니
한 시간 뒤에는 열한 시가 되겠지.
그러니 우리는 시시각각 무르익고
또 시시각각 썩어가는 거야.
거기엔 다 이유가 있지.' (p.97)
사람은 병이 깊을수록 더욱 괴롭고,
돈과 수완, 그리고 만족이 없는 삶이란 게
좋은 친구 셋을 잃은 것과 같다는 정도는 압니다.
비의 성질은 적시는 것이고,
불의 성질은 태우는 것이며,
좋은 목장이란 양을 살찌우는 곳입니다.
밤이 찾아오는 이유는 해가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날 때부터 똑똑하지 못했거나 배움이 부족해서
머리에 든 게 없는 사람들은
집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을 탓하거나,
보잘것없는 혈통을 원망합니다. (p.116)
사랑에 빠진 사람의 질문에 대답하느니,
햇볕 아래 날리는 먼지의 수를 세는 게 더 낫겠어.
그 사람 만난 얘기를 해줄 테니
경건한 마음으로 잘 새겨들어.
어떤 나무 아래서 그 사람을 봤는데
마치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 같더라. (p.131)
똑똑한 여자일수록 제멋대로인 법이라오.
여자의 재치를 방에 가두고 문을 닫아보시오.
그러면 재치가 여닫이창으로 빠져나올 테니.
여닫이창을 닫으면
열쇠 구멍으로 빠져나올 거요.
열쇠 구멍마저 막아버리면
연기와 함께 굴뚝으로 솟아 나오지요. (p.188)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답게 해피엔딩으로 사랑은 이루어지고 복수도 원망도 내려놓고 서로를 보듬는다. 이들이 펼치는 대사는 한 편의 시로 읽히기도 하고 때로는 웃음을 주는 희극을 보는 느낌이었다. 사랑 때문에 울고 웃고 엇갈린 사랑에 상처받는 인물들을 통해 사랑의 다양한 면을 보여준다.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사랑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사의 다채로운 모습도 해학적으로 담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왜 사랑받는지 알 수 있었고 그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힌 것도 좋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