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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밥 안 할래! - 나답게 살기 위한 61세 독립선언서
김희숙 지음 / 아미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진심 책 제목 때문에 덥석 내 손안으로 온 책 『나, 밥 안 할래!』. 주부인 나는 아직도 식사를 준비하는 게 ‘뚝딱’이 아닌 ‘꾸역꾸역’이다. 게다가 청소년인 아이들에게 솜씨는 없어도 손수 밥을 차려주는 게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격려가 될 거라는 나름의 책임감을 느끼고 주말에 남편이 있을 때 한 끼 정도 ‘나, 밥 안 할래’라고 말할 수 있다. 매일매일 이렇게 외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정말 내 얘기를 하는 건가 싶어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제목에 이끌려 만난 이 책의 저자는 두 번째 암을 진단받고, 33년간의 교직 생활을 그만두면서 일상의 변화를 맞이하고 이제부턴 자신을 위해 즐기는 삶을 살자는 목표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독립 선언서’를 작성하고 ‘나, 밥 안 할래!’라고 가족들에게 말한다. 인생의 첫 독립을 위한 ‘독립 선언서’에는 가족과의 관계,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 의무감에서 벗어나고, 자연과 함께 걷는 것을 포함한다.

암 환자의 경험담을 담아 혹시나 마음을 무겁게 봐야 하는 건 아니냐는 나의 기우가 무색할 정도로 평범한 일상을 행복하게 즐겁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모습이 담겨있어서 밝은 기운으로 읽을 수 있었다. 암 환우 모임에서 암 친구들을 서로 ‘아미’라고 부른다고 한다. 저자는 ‘아미’이기도 하고 BTS의 팬클럽 ‘ARMY’라고 당당히 말하며 세계 여행을 하며 BTS 노래를 부르며 지구촌 어느 곳에서 ARMY들을 만나 사귈 날을 상상한다. 학창 시절 이야기, 딸과 함께 하는 소소한 행복의 시간, 여행에서의 소중한 추억 등 평범함 속에서 누리는 행복을 편하게 그려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리는 자식의 마음도 아주 예쁘게 담아내고 있어서 내 부모님에 대해 감사함과 지금 내 곁에 계실 때 더 잘하자는 다짐도 하게 된다.
물론 밥을 안 한다고 멋지게 선언했지만 가족에 대한 애정이 솟구칠 때면 서비스로 종종 밥을 한다. 함께 밥을 한다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게 주의하면서. 설령 그 이전처럼 내가 밥을 한다. 하더라도 나는 이제 밥을 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p.22~23)
나는 늘 내가 입은 옷보다 빛나는 인간이고 싶었다. 옷의 값어치보다 못한 초라한 인간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상대방이 빛나는 인격에 매료되어 내가 무엇을 입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기를 바랐다. (p.69)
다행히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야 한다는 사실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식한테나 세상일들에 적절함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얼마 전 아파트 배관을 새로 바꾸는 공사를 했다. 늘 샤워기의 적절한 수온을 맞추기 힘들었는데 이젠 쉽다. 딱 좋은 온도에서 샤워하면서 편안함을 느낀다.
세상과 나, 이제 편안한 딱 좋은 온도를 찾는다. (p.105)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자주 가는 남산 길에 있는 아름드리 벚나무 한 그루를 '엄마 나무'로 정했다. 그리고 산책길을 오가며 엄마 나무를 향해 인사한다.
"엄마, 안녕?" (p.117)
누군가와 마음 편하게 농담할 수 있다면 그건 얼마나 행복 한 관계일까, 상대방에게 무장해제당하는 그 느낌. 그건 필시 그 사람에게 중독되는 거겠지.
'넌 내게 너무 중독적이야!(p.128)
있다가 없어지면 그것의 소중함을 안다지만, 늘 그 자리에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것은 사실 어렵다. 난 요즘 문득문득 그 자리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한다.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얼만큼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한참 고민했지만, 결국 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냥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정도. (p.130)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맘속에 있음을 말해주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암이라는 생의 고비를 넘기고도 이렇게 자신 있게 당당하게 즐겁게 삶을 살아나가는 저자의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작가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목록을 적어보고 그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기운이 나는 순간들을 가져보리라 다짐했다.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그 누군가 아닌 바로 나니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