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 SF와 로맨스, 그리고 사회파 미스터리의 종합소설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지혜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냉동인간은 현대의학에서 해결되지 못한 질병이나 노화로 죽음을 코앞에 둔 경우 냉동으로 신체의 생체 시간을 멈추고 세포가 노화되지 않은 채로 보존시켰다 미래에 필요한 시간에 깨어나 다시 살아가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냉동인간과 관련된 사람들의 상상력은 미래 사회 이야기에서 중요한 소재로 다뤄진다. 『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에 나오는 미래는 냉동인간의 성공과 함께 그 기준이던 불치병을 넘어서 경제력만 되면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상업화된 사회에서 냉동인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펼쳐진다.


 


 냉동인간 회사에 근무하는 규선이 이번에 해동될 B-17903인 김기한을 담당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한은 꿈에서 본 여자를 만나기 위해 50년을 냉동상태로 지냈는데 이를 바라보는 규선의 시선은 탐탁지 않다. 규선에게는 8년을 만난 애인 가은과 3개월 후 결혼을 앞두고 있다. 데이트 폭력을 당했던 가은은 엄마의 선택으로 30년간 냉동인간으로 지냈었고, 이 사실을 냉동인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규선에게 아직 밝히지 못한 상태이다. 마흔을 넘어 낳은 쌍둥이들의 앞날을 위해 냉동인간으로 17년을 살았던 주원과 자녀들, 기원이 냉동인간이 되기 전 윤영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차선, 기원의 누나 기연과 자녀들, 윤영이 결혼하고 낳은 박지환, 가은이 냉동인간이 된 후 가은의 부모를 살해했던 진욱, 냉동인간 회사를 둘러싼 비리를 추적하던 기자 은태 등 이들은 모두 가은과 규선의 과거와 현재에 깊이 연결된 인물이었다.


 


 인물들 하나하나의 이야기 속의 연결고리들이 연쇄적으로 밝혀지면서 엉킨 실타래가 풀리는 듯했다. 어느 순간 인물들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 되어 노트에 관계도를 적으면서 퀴즈를 풀어나가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냉동인간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나 미래 사회 모습을 자세히 담았다기보다는 냉동인간을 둘러싼 얽히고설킨 관계가 주된 이야기이다. 자의든 타의든 다시 깨어난 세상에서 행복은 찾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썩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 없었다. 냉동인간이 되는 것은 어쨌든 자신이 풀 수 없는 현재의 문제를 덮어두고 미래를 지향하는 것인데 미래는 과거의 연속선 상에 놓여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내가 행한 악행이나 선행이 다시 내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연 앞으로 냉동인간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해동이 성공해 다시 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면 두 번째 인생을 축복해야 하는지 아니면 죽음을 거부한 인간의 오만함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물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아예 꿈조차 꾸지 않는다면 그 또한 불행한 삶이지 않을까? 냉동인간이 불러올 불투명한 파장이 또 하나의 획기적 과학진보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사회 질서에 큰 문제를 초래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할 수 있다면 잠깐 유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고쳐 말해줘야 하는데


운이 좋으면 인생 이 바뀌기도 한다고.


지금과 완전히 다른 상황 속에서 살아 갈 수도 있는 거라고


헛된 희망이라도 좀 가지면서 살아보라고. 그래도 되는 거라고.


망해버린 인생에도 행복의 가능 성은 존재한다고. (p.259)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