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산 두 느리게 읽는 그림책 3
박밤 지음 / 이집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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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이라는 시간을 산다는 것이 과연 행복한 것일까.

언젠가 아이와 영원히 사는 것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때 아이는 오랫동안 죽지 않고 산다는 건 좋은게 아니냐며 그럼 시간이 흘러도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으니까 죽음이 무서운 아이는 그저 좋을 것 같다며 이야기를 했다.

아이다운 생각이었다. 영원에 대한 동경. 영원이라는 것을 그저 순수하게 바라볼 수 있는 아이만의 시각.

나에게 누군가 천년을 살 수 있다고 하면?

글쎄, 나 혼자 살아가는 천년의 시간을 과연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 소중한 누군가와의 이별을 반드시 경험하게 될텐데 벌써부터 자신이 없어진다.

삶과 죽음은 순환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말을 빌려 삶과 죽음 중에 선택하려면 그래도 삶을 선택해야지. 죽음은 내가 선택하지 않아도 다가오고 있으니.

결국 머지않아 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의 소중함도 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삶속에서도 무수히 많은 연이 닿고 그것이 인연이든 악연이든 필연적인 만남이 지속된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나는 삶의 순환이 있기에 영원하지 않은 삶을 더욱 나답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천년이라는 삶을 살았던 할아버지는 아기가 되기도, 매미가 되기도, 강아지풀로, 아까시나무로, 잠자리로, 두루미로, 거북으로도 살았다. 그러다 느림보 토끼가 되었고 두를 만났다.


결코 행복하기만한 삶은 아니었지만 두는 느림보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었다. 살면서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을 얼마나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나조차도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천년을 살고 싶다는 두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천년동안 무수히 많은 이별을 겪어냈을... 이제는 수 많은 별 사이로 사라져 버린 할아버지를 안아드리고 싶다.

천년의 삶을 사는 동안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리고 천년이 끝나는 날 나는 과연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가늠되지 않는 천년의 세월은 마치 영원같지만 그러한 긴 삶을 원하지는 않는다. 내 삶은 끝을 향해가기에 오늘이 더욱 행복하다는 것을 나는 절실히 느끼고 있다.

수많은 생각에 잠기며 마지막장을 덮고 한참동안 먹먹한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밤이되면 보일 무수히 많은 별들 사이에서 두할아버지가 나에게 인사를 하고 계시지는 않을까.

📖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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