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처녀들
뮤리얼 스파크 지음, 김재욱 옮김 / 앨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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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읽고 난 후, 로즈메리 고링이 이 작품을 정의한 “머랭 케이크”라는 탁월한 비유와 작품 해설의 제목 “참을 수 없이 가볍고, 심연보다 더 깊은 뮤리얼 스파크의 세계”에 감탄하며 동감하게 된다. 이러한 표현들은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가진 자들에 의해 작품은 그 생명력을 더해나감을 깨닫게 한다. 뮤리얼 스파크는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지만 <가난한 처녀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작가로서의 비범함과 일찍이 김수영 작가가 <메멘토 모리>를 번역한 까닭을 알 수 있다. 1945년 전후 세계의 비참한 현실을 딛고 선 ‘5월의 테크 클럽’ 처녀들의 재기 발랄하고 솔직한 생활이 젠체함이 없는 작가의 직관적인 필력으로 찬란하게 그려진다. 


책의 제목 <가난한 처녀들>에서 ‘가난’은 결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작품 속 니콜라스의 견지처럼 “가난은 조금도 클럽 회원들의 활기를 훼손하지 못하는 것이며 오히려 북돋는 것”이다. ‘5월의 테크 클럽’은 화재로 전소되기 전에도 이미 구성원들의 삶에 대한 강한 의지들로 불타오르는 공간이었다. 시를 읽는 자는 결코 가난하지 않는 법이다. 시 낭송이 삶의 모든 것인 조안나는 화재의 곤경 가운데서도 <시편>을 읽으며 건물과 함께 연소한다. 시골 목사관에서는 안정을 찾지 못하고, 클럽 건물과 함께 소멸을 선택한 조안나에게 ‘그녀가 런던에 간 게 과연 잘못인가?’ 라는 질문은 턱없어 보인다. “낙후된 로디지아에서의 생활에 찌들어 있던” 작가 스파크에게 “이색적이고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한 런던”은 ‘5월의 테크 클럽’의 처녀들에게 삶에 대한 욕망과 가능성을 발현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 ‘5월의 테크 클럽’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 기반이자 플랫폼이었다. 


이 책의 편집 구성이 흥미로운데, 노벨라격인 작품의 길이 만큼의 역자의 해설이 작품이 끝난 후 연이어진다. 뮤리얼 스파크에 걸맞는 온도의 타오르는 열정을 지닌 역자의 해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 보너스를 받는 것 같다. 해설에서는 작품을 잉태한 사회상에 대한 두터운 정보와 역자의 날카롭고 재기 넘치는 문학적 분석을 접할 수 있다. 다른 독자들도 작품을 읽고 하루 정도 여운을 곱씹은 후 이 엄청난 작품해설을 읽는 호사를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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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댐로쉬의 세계문학 읽기
데이비드 댐로쉬 지음, 김재욱 옮김 / 앨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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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을 읽는 재미를 배가하고자 하는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 현재 세계문학 논의의 최전선에 있는 댐로쉬의 이 역서는 마치 증폭제 같다. 그가 제시하는 유익한 독법과 스케일로 세계문학을 읽다보면 단일문학만으로는 읽히지 않았던 지평으로 확장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세계문학은 문화 간의 대화를 유도하며,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만난 개별 독자들에게 각각의 의미로 분화되어 존재하기에 흥미롭다. 


하나의 문학을 다른 작품, 작가들과의 지층 안에서 분석하는 과정에서 소개되는 들어봄직한 혹은 낯선 작품들을 만나는 건 또다른 덤.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아졌다. 이번 국내 출판으로 세계문학을 항해하는 데 생산적인 지도를 얻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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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사회학
김홍중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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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글입니다. 치열한 연구이고 간단하지 않은 내용의 학술서지만 명징하게 쓰여 있어서 읽기 좋습니다. 김홍중 교수님 대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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