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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도비코의 사람들 ㅣ 달아실 한국소설 18
김홍정 지음 / 달아실 / 2024년 3월
평점 :
<루도비코의 사람들> 읽으면서 등장하는 그 많은 인물들의 인과관계를 어찌 이리도 꿸 수 있을까, 고개가 숙여졌다. 초당으로 돌아온 만덕이 아버지 정약용이 거하던 방에 제청을 마련하고 곡을 할 때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만덕의 감정이 전이된 탓일까, 나도 함께 곡을 했다. 건조한 문장이 주는 슬픔이 아주 컸다. <루도비코의 사람들>을 읽고 보니 초당도 공주의 황새바위도 그동안 느꼈던 서정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다시 가봐야 할 것 같다.
유교 국가에 기독교가 뿌리내리기까지 순교자들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그들의 삶을 조명한 <루도비코의 사람들>에도 경의를 표한다. 사도 아버지 이존창 루도비코와 정약용의 삶은 울림이 컸다. 배교와 순교 사이에서 후회와 고통으로 채워지는 그들의 고뇌가 주는 울림~. 한 나라에서 이념과 종교는 어떤 관계여야 하는가.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노래하는데, 운명과 자유 의지는 어떻게 상충하는가. 등등 생각이 많아진다. 작은새 루치아의 용기와 헌신과 사랑 그리고 이름도 없이 떠난 순교자들과 그들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사람들~.
김홍정 작가의 작품을 처음 대한 게 <호서극장>이었고, 이후 대하소설 <금강>을 읽었다. <금강>에서 만난 여인들의 곡진한 사랑이 아직도 나를 끌어당긴다.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그런 사랑을 해볼 수 있다면 삶이 아무리 척박하다 해도 행복하리라, 생각했었다.
이번 <루도비코의 사람들>을 읽고 나서 매일 매 시간 베드로처럼 주님 배반하고 살아가는 나는 느낀다. 배교를 합리화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후회와 고통에 접근조차 못할 만큼 배반의 느낌도 없이 살아왔고,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김홍정 작가는 <루도비코의 사람들>을 5년에 걸쳐 쓴 작품이라는데, 그니야말로 오늘날의 진정한 사도가 아닐까. 그니는 한국 문학계는 물론 한국 기독교계에도 큰 일을 한 것 같다. 작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기독교인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