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ㅈㅅㅎ (표지 2종 중 랜덤 발송) - 조금 사소하고 쓸 데 많은 제주 산호에 관한 거의 모든 것
녹색연합 외 지음, 박승환 사진, 조인영 감수 / 텍스트CUBE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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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창작과 비평 여름호를 함께 읽는 북클럽을 신청한 이유 중 하나는 녹색연합과 함께하는 에코 미션이 있기 때문이었다. 요즘 부쩍 환경에 대한 무서운 소식들을 자주 접하게 되어 이대로 괜찮은가 걱정될 때가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지구 표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해양환경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바다를, 특히 오염이 많이 진행된 바다를 직접 볼 일은 거의 없지만 매일 아침, 먼 바다에서 잡혔을 참치로 만든 고양이 캔을 열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그 참치는 오염된 바다를 헤엄치다가 잡혔을까. 그 참치로 만들어진 캔을 먹는 여명이는 괜찮을까. 여명이랑 나는 오늘 하루동안 바다를 얼마나 더 더럽히게 될까. 그런 걱정을 안고 살다가 이번 북클럽을 신청했다.

창작과 비평을 열심히 읽던 중에 제주산호에 대한 책을 읽을 기회가 주어져서 흥미롭게 참여했다. 초성으로만 이루어진 책 제목도, 책에 담긴 내용도 참신했다. 얇다면 얇은 책에서 제주산호에 대한 저자들의 애정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이 책을 세상에 나오게 한 가장 큰 동력은 저자들의 제주산호에 대한 애정일 것이다. 그 산호가 살고 있는 바다에 대한 걱정은 산호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너무나 필연적인 것이고, 그 염려가 책에서도 여러 번 등장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세면대와 화장실에서 바다를 떠올릴 수 있다면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시인의 말이었다. 화장실은 바다의 입구라는 말을 읽고 느꼈던 감정을 책을 읽으면서도 여러 번 느꼈다. 안타까운 마음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테니, 바다를 덜 괴롭힐 수 있도록 아주 작은 것이라도 바꿔나갈 수 있도록 행동해야겠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져있다. 1부에서는 저자들이 산호와 처음 만나고 산호를 사랑하게 된 이야기가 담겨있다. 2부에서는 제주 산호의 이름과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고, 3부에서는 그 제주산호들을 제주 바다 어디에서 만날 수 있는지 지도로 수록했다. 1부에서는 2부에서 만나게 될 산호의 이름들을 눈여겨봐줄 것을 당부하는데, 좋아하는 것을 함께 보고 싶은 덕후의 마음이 느껴져서 읽는 동안 종종 웃었다.



나는 깊은 바다를 무서워해서 한번도 바닷속으로 들어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이 많은 사람들이 반했다는 산호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바닷속에서 산호를 본 순간, 앞으로 산호를 연구해야겠다고 다짐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는 그 산호들을 직접 보고 싶어졌다. ㅈㅈㅅㅎ는 올해 읽은 책 중에서 대상에 대한 격렬한 애정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사실 나는 무지하다고 해도 될만큼 산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된 것들이 많았는데, 산호가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라는 것도 놀라웠고 말미잘이 산호라는 것도 놀라웠다. 그리고 산호와 산호초가 다른 것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 책의 카테고리를 에세이로 넣을지 과학으로 넣을지 고민하다가 과학으로 한 것은, 나에게 과학적인 지식을 많이 쌓아줬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했듯이 어쩌면 평범할 수도 있는 이 소원이, 나에게는 너무 뭉클하게 느껴졌다. 지구의 온도는 점점 올라가고 있고, 돌이킬 수 없어진다는 때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심지어 그 연도가 점점 당겨지고 있어서 어른인 나도 지구에서 끝까지 살 수 있을지 불안한데, 어린이들과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게 무사히 지구를 물려줄 수 있을지 너무나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다음 세대가 산호의 매력을 알 수 있도록, 가능한 한 깨끗한 바다를 물려줄 수 있도록,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책 자체가 두껍지 않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해볼 문제들도 있고 산호 사진과 설명도 다채로워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었다.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제주 바다에서 이 산호들을 직접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제주 바다의 오염이 심하지 않기를, 그래서 산호들이 사는 데 무리가 없기를 바라면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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