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국가의 배신 - 김학의 사건이 예고한 파국, 검찰정권은 공정과 상식을 어떻게 무너뜨리는가
이춘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그 유명한 김학의 무죄 사건의 전말이 담겨 있다. 뭐랄까. 책이 마치 판도라의 상자 같았달까. 얼마나 역겹고 비열한 내막이 줄줄이 소세지처럼 나올까. 첫 장을 펼치기가 솔직히 두려웠다. 그리고 그 예상은 역시 빗나가지 않았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뇌물수수 혐의에 별장 성접대 의혹이 있었고, 증거가 명백해 누가봐도 ‘유죄’인데, 황당하게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 조직의 ’제 식구 감싸기‘ 때문. 별장에서의 성관계 영상은 딱 봐도 김학의인데, 어떻게 무혐의가 될 수 있는지. 그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 때 국민들은 사법 정의를 제 조직 감싸기에 썼던 검찰에 분노했다. 나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사건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한다. 고등법원(항소심)과 대법원 재판이 남아있다. 대법원 재판 끝까지 간다한들 ’정의가 여전히 살아있는‘ 희망적인 결론을 볼 수 있을진 모르겠다.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후 검찰 조직은 그 때보다 지금 더 거대한 제국이 되어버렸으니까. ’검찰개혁‘은커녕 공수처도 무력하게 된 지금, 검찰은 ’정의‘의 심판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거대하고 공고한 검찰 공화국이 정말 와해될 수 있을까.
.
▶️ 책은, 김학의가 해외로 도주하려고 했던 2019년 3월 22일의 그날 밤부터 현재 항소심 진행까지의 전말을 낱낱이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 조직의 민낯, 검찰 정권의 비릿한 속내를 파헤치고 있다. 그리고 ’공정과 상식’이라는 검찰의 가치를 내세운 윤석열 정권에게 공정과 상식은 대체 무엇이냐고 묻게 한다.

▶️ 읽는 내내 우습게도, 숨겨진 사실들을 밝히는 통쾌함보다 저자의 안위가 염려됐다. 검찰 개혁을 외치는 사람마다 그 힘을 잃고 비참하게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던 역사를 우리는 다 알고 있으니까. 저자는 저널리스트이자 기자이다. 과거, ’이건희 비자금 사건‘과 박근혜 정권 말기에 벌어진 ‘검찰 비위 사건’, ‘조국 사태’와 ‘추미애-윤석열 충돌’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취재하고 보도한 바 있다. 작년엔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 실패 원인과 윤석열 정권의 탄생 배경을 추적한” ≪검찰국가의 탄생≫도 출간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편적이고 파편적이었던 김학의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추적해서, 한데 모아 정리해 준 저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 다급하지만 요원하게만 느껴지는 검찰 개혁. 검랄 공화국의 심판. 그렇지만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포기하지 말 것을 독자들에게 호소한다. “하지만 철옹성 같던 군사독재정권도 시민 의 거듭된 저항 끝에 결국 무너졌다. 민주주의를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 그 출발점이었다. 검찰 정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28)

우리 국민들이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정의가 살아 숨쉬는 나라‘를 상상하며 행사하기를 바란다. 그런 나라를 희망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김학의 사건은 검찰이 더는 공익의 대표자가 아님을 선언한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국민을 위해 써야 할 검찰권을 검찰 조직을 위해 사용했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자신들의 과거를 캐묻는 작업을 방해하고 응징하려고 했다.” / 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 타자 혐오 시대, 그리스도인의 사랑과 환대에 관하여
윌리엄 윌리몬 지음, 송동민 옮김 / 죠이북스(죠이선교회)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에게는, 타자를 차별하고 기피하려는 마음이 있다. ’나는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외국인(난민,무슬림 등)이나 성소수자 등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는 나와 ’다르다면’ 차별하고 멸시하고 배제하고 혐오한다. 저자는 그 이유가 ‘타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방인 혐오증’이라는 단어가 확 와 닿았다.
두려움은 정상적인 감정이지만, 우리는 그 두려움을 건강하게 다루어야 한다. 그리고 낯설고 이질적인 타자를 환대하고 포용해야 한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저자는 말한다. 1. 하나님께 ‘우리’가 ’타자‘였다는 사실을 아는 것 2. ‘타자’로 이 땅에 오셔서 우리의 이웃이 되어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덧입는 것이 방법이라고.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어준 사마리아인이 곧 ’낯선 타자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마지막 장 내용은 내 마음에 짙게 여운을 남겼다.

그간 읽었던 수많은 <타자 철학> 책들, 그리고 저의 인생 책 미로슬라브 볼프의 ≪배제와 포용≫도 떠오른다.
이 책은, 어렵고 복잡할 수 있을 ‘타자’에 관한 개념을 ‘두려움’과 ‘사랑’이라는 갈래로 쉽고 간결하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선명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사실 좋았던 감상보다, 이젠 ’삶으로 옮겨야’ 하겠다는 부담감에 개운하지 않은 마음도 솔직하게 들었다.
아무리 멋지게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말한다해도, 아무리 논리적으로 타자 신학을 이야기한다 해도, '타자를 사랑하는 것'은 삶으로 살아내지 않으면 안되는 것.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다는 요한일서 말씀을 기억하며... 이 거룩한 여정에 한 걸음 내 디뎌 본다.

❝There is no fear in love, but perfect love casts out fear. (John 1, 4: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 문보영 아이오와 일기
문보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보영 시인을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2023년에 3개월간 아이오와 문학 레지던시 프로그램(IWP)에 참여했는데, 그 때 아침마다 쓴 일기를 엮은 것이다.

나는 저자가 엑소포닉(exophoix) 작가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엑소포닉은 ’이중 언어자‘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모국어와 다른 언어로 글을 쓰는 작가라는 것. 자의든 타의든 모국을 떠나 다른 맥락 속에서 모국을 바라보는 사람들, 새로운 땅에서 낯선 언어로 글을 쓰는 사람들. 그래서 이들의 문학을 ”이민자 문학, 디아스포라 문학”이라고 한단다.

저자의 글은 확실히 신선했다. 내 예상과 패턴을 벗어난다. 뭔가 자유롭고 촉촉하며 산뜻했다. 분명 아이오와에서 빠듯하고 고된 일정이었을텐데도 저자는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았고, 사람을 애정어린 마음으로 대하는 것 같았다. 삶을 세심하게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도 글에서 엿보였다. 나는 저자가 ‘시’와 ’예술’로 일상을 승화시킬 줄 아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산문이지만 저자가 시인이어서 그런지 글 하나하나가 한 편의 시 같았다. ‘시’라고 하기엔 문장이 길고 분량은 많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허리가 굽은 백발의 할아버지가 저자에게 했다는 ”넌 지금까지 사람들이 세상을 본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본다“는 이 말에 책을 다 읽고나서 나도 격하게 끄덕이게 된 이유다.

삶을 익숙함에서 벗어나 조금은 ‘낯설게’ 보고 싶은 날, 삶을 애정을 담아 섬세하게 묘사해 보고 싶은 날, 문보영 시인의 이 에세이를 꺼내 읽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움직임 소설, 향
조경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게 새 가족이 생겼다.” 소설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화자 신이경은, 엄마가 죽은 후 ‘혼자 있고 싶지 않아서’ 외할아버지를 따라 시골로 내려오고, 그 곳에서 이모와 삼촌과 새롭게 가족이 된다. 그녀의 나이 스무 살에.
핏줄에 의해 한 집에 있지만, 정작 이들은 ‘식구’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평소 함께 밥을 먹지도 않고 대화를 나누지도 않으며, 심지어 서로의 이름조차 모르거나 이름을 가까스로 떠올려야만 한다. 이모는 떠나기 전날을 제외하곤 단 한번도 이경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준 적이 없다. 이경이 보기에 이 집은 “가족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이상한 동물원”이다. 이경은 이 집에서 여전히 외롭고 지독하게 혼자이다.
그런 면에서 이들은 핏줄로 연결되었지만 어쩌면 ‘진정한 가족’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피가 섞였지만 타인보다 못한 관계가 될 수도 있다. 반면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지만 진짜 가족이 될 수도 있다. ‘가족’이라는 게 뭘까 곱씹어 생각해 보게 되는 부분이었다.

불완전하고 불안전한 가족이지만, 그럼에도 이경은 가족이길, 가족이 되어가길 희망하면서 이 집에 계속 머무른다. 떠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채 그 집 안에서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찾으려 애쓴다. 혼자 있고 싶지 않아서, 천둥 번개가 치는 궂은 날 "나도 같이 가요”라고 말하며 삼촌을 따라 나선다.
할아버지가 죽고, 이모가 떠나고, 다시 혼자 남은 것 같은 이경에게 ‘삼촌의 여자’가 새로운 가족이 된다. 이제껏 외갓집 안으로 쉬이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이경에게마저 냉대받았던 여자. 삼촌의 아이를 배에 품은 그녀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떠난 이후 이경의 곁에 남아 이경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다. 그리고 할아버지 사진, 삼촌과 그녀, 이경은 밥상을 중심으로 앉아 식사를 한다. 비로소 진정한 ‘식구’가 되는 그 시작에서 소설은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나에게 ‘가족’은 마냥 벗어나고 싶고 해체하고 싶은 개념일 뿐이었는데. 혈연이나 타인에 의해 엮인 ’불가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이경의 ’새로운 가족‘을 보며 그 강박을 조금은 깨뜨려 보게 된 것 같다. 피가 섞이지 않은 타자도 가족이 될 수 있다고.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건 집에 머무르기를 결정하는 것, 그리고 타자에 대해 자신을 끊임없이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가족의 개념이 해체되고 의미가 깨지고 있는 이 때에 소설은 나를 움직여 가족을 만들어가는 그 ‘움직임’을 호소하고 있는 것 같다.

📍“꽃씨를 뿌릴 때쯤 아기는 태어난다. 이모가 빠지기는 했지만 모처럼 식구가 다 모였다. 사진 속의 할아버지, 삼촌과 그녀. 그리고 나. 밥상은 꽃밭처럼 화려하다. 오늘은 할아버지 생신날이다.” (1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 차별과 위험으로 박음질된 일터의 옷들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 지음 / 오월의봄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업복을 통해 우리 노동의 신성함과 구조적인 불평등을 톺아볼 수 있다. 어떤 형태의 노동을 하고 있든지간에 노동자라면 필독해야 할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