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계약은 처음입니다만 - 부동산 계약 초보들을 위한 전월세 사기 예방 가이드
신중권.정우현 지음, 유병진 감수 / 이덴슬리벨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빠. 우리가 임대인 사망 소식을 언제 들었지?”

“’리파인‘에서 연락 받았을 때가 8월 쯤이었지.”

“맞아. 우리 그 때 심장 내려앉았었는데.“


▶️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부부가 전세사기를 당했던 작년을 상기해 보았다. 전세사기의 발화점이었다는 화곡동 빌라. 고작 9평짜리 신혼집. 그리고 상상하지도 못한 ‘화곡동 “빌라왕”의 수법’으로. 지옥으로 떨어졌던 그 때를.


우리의 경우는, 단순히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수법이 아니었다. 임대인이, 계약기간 도중 수수료를 주고 명의를 샀고, 명의만 빌려준 아무것도 모르는 새 임대인이 사망을 해버린... 전형적인 빌라왕의 수법이었다. 화곡동에는, 조직적인 ‘빌라왕’의 사기가 횡행한다. 당시 그렇게 몇 천명이 피해를 봤고, HUG의 구제를 받은 가구는 400여 개밖에 안된다고 뉴스에 보도됐다.

우리 부부는 내용증명, 공시송달, 사고접수까지.. 지옥같았던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운 좋게 해결이 됐다. 우리는 정말 운이 ‘억수로’ 좋았다.


▶️ 우리 부부를 지옥까지 끌어내렸던 그 빌라에, 아직 살고 있다. 계속 살기로 결정한 건, 사건이 일단락 됐고, 다른 집으로 이사해 또다시 전세 계약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

무엇보다 화곡동 빌라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 우리집 주위에 5채의 신축빌라는 모두(100%) 갭투자자가 임대인이라고 한다. ’당연히‘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은 깡통전세다.(공인중개사 피셜!). 그리고 우리집 바로 윗층은 ‘세모녀사건’ 피해자였다. 그 집은 HUG가 변제해 주고 후에 LH임대로 바뀌었다.


▶️ 이 책을 읽으니까 눈물이 앞을 가린다. 😢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전세 계약을 체결하려는 사회 초년생들이 이 책을 꼭 참고했으면 해서이다. 아니, 무조건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책은 신중권, 정우현 두 변호사가 썼다. ‘전세 사기 고소대리 사건’을 진행하면서 전세 사기의 위험성과 잔혹성을 몸소 체험했고, 그래서 전세 계약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전세제도의 전반적인 내용, 전세 계약시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 보증금을 지키는 안전장치 등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전세 사기를 당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도 잘 소개해 준다.

당시 우리는 발로 뛰어다니면서 다 알게 됐던 내용들인데, 책에 잘 알려주니 이만큼 유익할 수 있을까. 만약 우리 부부가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더 침착하게 잘 대처할 수 있었으려나. 


▶️ 내가 눈여겨 본 부분은 ”보증보험 가입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우리도 전세사기를 당하고 나서 알게 됐는데, 보증보험에서 보증금 반환을 받아야 할 때 생각보다 당황스러운 지점이 많았기 때문. 보증보험을 진행하는 세 기관의 상품 특징도 잘 비교 되어 있으니 참고해보면 좋겠다.


▶️ ’에이~ 설마. 나한테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전세 계약을 체결할 때 백번이고 꼼꼼하게 살펴보고 확인해야 한다. 전세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화곡동 빌라 전세사기 피해 경험자가, 눈물로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돼지 복지 - 공장식 축산을 넘어, 한국식 동물복지 농장의 모든 것
윤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방이 막혀 있어 햇빛 한 줄기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돈사, 비좁은 철제 스톨에 갇혀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임신돈들, 파리 떼에 뒤덮여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어미 돼지들, 눈과 코를 마비시킬 정도의 지독한 악취가 진동하는 돈사에서 온몸이 분뇨로 덕지덕지 얼룩진 채 누워있는 돼지들. 

(...) 나는 내 입으로 들어가는 식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버렸다.” (38-39)


▶️ 나는 평소 육류를 즐겨 먹고 많이 먹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 고기가 내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지나왔는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삶을 살았으며 어떻게 고기가 되었는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으니 동물의 삶에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고, 자연스레 동물 복지도 나와 무관한 일이라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불편했다. 그림이나 글로만이 아닌 ‘사진’으로보니 인간의 폭력성과 돼지의 고통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느끼는 존재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이제 나에게 고기 섭취를 줄이는 건 피할 수 없겠는데, 동물들이 고통받는 저 축산업은 어떻게 좀 바꿀 수 없을까. 아.. 인간이 이토록 잔인한 존재였단 말인가. 이 죗값을 어찌 다 감당하리오. 가장 마음이 아픈 건, 나도 공범이라는 사실이다.


▶️ 저자가 공개한 국내 현대식 양돈 농장의 사육 실태는 소름돋다 못해 처참하기까지 했다. 돼지들은 그들의 행동, 습성, 감정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인간의 육류 소비량을 충족하기 위해서 ‘생산성의 극대화’에만 목적을 두고 철저히 인간 중심적인 방법으로 사육되고 있었다. 보다 최적화된 시설에서 영양소가 골고루 배합된 사료를 먹으며, 질병과 사고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관리되는 것 같지만, 실은 그조차도 동물의 복지와는 전혀 무관했던 것이다. 


▶️ 임신돈이 좁은 케이지 안에 감금 되어 적은 양의 사료만 먹고, 본능을 억제 당한 채 최소한만 움직이는 모습. 생후 2-3일된 새끼 돼지들이 마취 없이 거세를 당하고 고통에 울부 짓는 모습. 꼬리가 잘린 모습. 사람을 경계하고 벽 쪽으로 우르르 도망가는 모습. 악취가 가득하며 쉬는 공간과 배설 공간이 전혀 분리 되지 않은 비육사에서 분뇨로 뒤범벅 되어 있는 모습… 이렇게 본능과 습성을 억압당한 동물은 질병으로부터 더 취약해지고, 이에 관리자는 항생제라는 값싸고 손쉬운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 읽으면 읽을 수록 참담했다. 절로 찌푸려지고 속이 울렁거렸다. 내가 먹은 고기는, 대부분 이렇게 사육된 고기일 것이다.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은 고기가 있긴 했을까. 나는 지금껏 동물복지 고기를 먹은 적이 한번도 없으니.


📍“활력이라고는 생길 수 없는 최악의 환경이었다. 그래서인지 비육사의 돼지들은 스톨에 갇혀 있지 않은데도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경우가 많았다.”(37)


▶️ 동물복지 농장을 운영하는 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저자는 동물복지 농장으로 당장 전환하지 못하더라도 조금씩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거세를 하지 않아 웅취가 나는 수컷 돼지를 할인된 가격으로 유통하기, 임신사 개방형 스톨 사용 및 군사사육하기, 적절한 놀잇감을 제공해 ‘행동 표현 기회’ 높이기, ‘둥지 짓기 행동’을 위해 짚이나 슬링벨트 등의 물질 제공하기, 돼지가 쉴 곳과 쉬는 곳과 활동할 곳 분리해주기 등.

축산업과 관련된 농장 관리자들과 관계자들이 이 책에서 실제적 방법을 얻어갔으면 좋겠다.


▶️ 동물이 행복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인간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이 건강해야 인간도 건강할 수 있다. 폭력적인 사육을 멈추고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행복해야 한다. 그리고 나처럼 동물복지에 무지했던 사람을 깨우는 데 이 책이 잘 사용되기를 바란다.


📍“인간과 가축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 속에서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그 환경에서 발생하는 해로운 요소들은 인간과 가축 모두의 건강을 위협한다.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간과 관계한 주변 환경의 위협 요소를 함께 관리헤야 한다. 이에 사람, 가축, 환경을 하나의 순환 고리로 보는 개념인 ‘원헬스’가 범국가 차원에서 의료, 수의, 축산 분야를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2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건한 미식가 - 나를 돌보고 남을 살리는 초식마녀 식탁 에세이
초식마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 없는 재료를 만지고 기꺼이 감탄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만족스러운 채식을 경험하세요. 한 번의 만족스러운 경험으로도 미식을 위해 동물의 죽음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저절로 알게 됩니다. 맛있는 음식의 조건은 ‘동물’이 아니니까요.” (121)


▶️ 유튜브를 잘 보지 않아 ‘초식마녀’라는 유튜버의 존재를 이 책을 보고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구독자가 2.5만명!🫢 아니, 비건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고? 먹음직스런 요리에 침이 고이기도 했지만, ‘마녀’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예쁜 모습에 계속 눈길이 갔다. 성경에서, 다니엘의 세 친구가 바벨론 왕의 음식을 거부하고 채식만 먹었는데도 얼굴에 윤기가 돌았다는 그 내용이 비로소 이해가 되는 순간!


▶️ 나는 평소 비건에 크게 관심이 없었어서, 비건의 필요성은 알지만 시작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관심이 없었다기보다 ‘비건은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굳이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게... 비건을 하게 되면 고기 섭취를 끊어야 할테고(고기는 또 왜 이렇게 맛있는 것인가!), 동물성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음식을 찾아야 하니 외식 한 번 편하게 하기 어려워질 테고.. 그렇다고 도시락을 싸다니는 부지런함도 없으며,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할 경우 ‘까탈스럽다’는 불편한 인식을 주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비건 요리는 ‘맛이 없다’는 선입견도 무관심하게 만드는 데 한 몫 했던 것 같다. 육수도 고기를 우려내야 맛있고, 반찬도 고기 반찬이 있어야 더 맛있다고 생각했으니까.


▶️ 그런 내 생각을 조금 바꾸게 만든 책. 한겨레출판의 신간, 초식마녀의 ≪비건한 미식가≫이다. 읽으면서 든 생각은, ‘어라? 비건 음식? 생각보다 맛있겠는데?’하는 것과 ‘비건 요리? 나도 해 볼 수 있겠는데?’하는 것. 그리고 평소에 내가 비건 음식을 많이 먹고 있었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됐다. 저자가 소개한 ’가래떡을 넣은 들깨 미역 떡국‘이나 ‘애호박 볶음’ 이런 건 내가 자주 해 먹는 음식이 아닌가. 음. 그렇게 생각해보니 ‘꼭 고기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레시피를 소개하는 그림도 사랑스럽다. 김치 파스타나 감자탕 라면, 채소 전골은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먹음직스럽고 레시피가 쉬웠다. 글 하나하나에서 채식을 닮은 무해함이 묻어났다. 과하지 않고 무겁지 않으면서 은은하게 사유할 수 있는 적당한 글. 읽다보면 속이 편안해지면서 채소를 우려낸 깊은 맛도 느껴지는 글. 맑은데 감칠맛이 나는 저자의 글이 나는 너무 좋았다.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읽으면서, 읽다가 멈춰서기를 반복 했는지 모른다. 글 하나 하나 버릴 게 없어서 깜짝 놀랬다.


▶️ “다양성의 아름다움”이란 글도 인상깊었다. 토마토의 종류가 2만 5천가지가 넘을 정도로 많을 줄 몰랐다. 지금껏 빨간 토마토만 봤고 거기에만 익숙해져 있었는데.. “표준화와 획일화는 편리하지만, 모든 고유함을 멸종시킵니다.” (220) 어쩌면 ’비건‘은 그 고유함을 살리는 몸부림일지도 모르겠다. 고기를 당연히 먹는 식습관이 ‘표준’이 될 때, 동물에게 폭력을 가하는 축산업이 ‘획일화’ 될 때, 생명의 고유함과 다양성을 존중하려는 몸부림이 아닐까.


완전한 비건은 어렵더라도, 고기를 조금씩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비건음식이 맛있을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육식을 정당화하기엔 너무 거대한 폭력이 존재했습니다. 우리는, 매년 3억 톤이 넘는 육류와 1.7억 톤의 수산물을 생산하는 거대한 산업이 생태계 파괴를 넘어 인류의 멸종을 부르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1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간사 수업 - 유대 문헌으로 보는 신구약 중간사의 세계
박양규 지음 / 샘솟는기쁨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쇄를 찍는다고 한다. 이 책 너무 잘 읽었다. 2회독 했는데, 읽으면서 “이야. 좋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저자의 내공이 농축된, 엑기스 같은 책이었다. 중간사를 20년간 연구했다는 저자의 실력이 이 한 권에 꾹꾹 눌러 담겨 있는 듯하다.


연구의 깊이를 봐선 학술서인데 일반 성도 누구나 읽어도 잘 이해할 수 있게 쓰인 걸 보면 대중서 같기도 하다. 진짜 실력은 잘 덜어내고 잘 다듬고 잘 풀어내는 데서 드러나는 법. 

한 권은 선물 받았고 한 권은 샀다. 좋은 책은 돈 주고 사야한다.


▶️

‘신구약 중간사’는 구약의 마지막 성경 말라기부터 신약의 첫번째 성경 마태복음 사이에 숨겨진 역사다. 우리는 종이 한 장을 넘길 뿐인데, 그 사이엔 약 500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이 시기를 학술적으론 ’제2성전기‘라고 부른다.


저자는, 기간은 엄밀하게 ’주전 516년(제2성전 건립 이후)부터 주후 70년(성전 파괴)‘까지의 ’제2성전기‘로 하되 용어는 ‘중간사’라고 했다. 나는 이게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나니, 저자가 학술적인 접근보다 이 시기가 갖는 신학적 의미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여전히 존재하시는가?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의 백성인가? 우리에게 필요한 회복은 무엇인가?“ 중간사를 관통하는 질문 3가지. ‘하나님께 질문하고 응답을 받으며 회복을 경험하는 이 은혜’가, 비단 그 때만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하나님은 그 때도 지금도 당신의 백성을 회복시키시는 분이라고 말이다.


▶️ 유대 문헌, 유물,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 역사를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지금껏 듣도보도 못한 유대 문헌과 유물로 그 세계를 들여다보는 게 꽤 흥미로웠다. 나보니두스 연대기, 키루스 실린더, 베히스툰 비문, 아리스테아스 서신, 그리고 요세푸스의 저작들... 등등.

헨델의 음악으로 ‘마카비’를 연결해 보거나, 램브란트와 브뢰헬 등의 작품으로 당시 상황을 유추해 보는 것도 재밌었고.. 

마카비 전쟁과 유대 전쟁의 흐름 위에서 신약시대 인물들을 조명한 것, 헤롯 가계도나 유대교 세 종파(에세네파, 사두개파, 바리새파) 특징 비교 등 궁금할 내용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 것도 유익했다. 


▶️ 신약 성경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진공상태에서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제2성전기‘라 불리는 ’신구약 중간사‘를 통과한 이야기다. 우리에게 주어진 ‘복음, 교회, 소망’ 같은 어휘들이 그 시대 역사적 맥락에서 나온 표현이라는 걸 알면, 우리가 이 시기를 공부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을까. 

중간사를 알고 싶은 독자에게 박양규의 ≪중간사 수업≫을 기쁜 마음으로 추천하고 싶다.

-

-

📍”이 시기의 종교 지도자들과 귀족들의 성향은 신약 시대와 결코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이들은 셀레우코스 왕조를 의지했고, 신약 시대에는 로마를 의지했다는 점입니다. 시대와 장소는 다르지만 일제강점기에도, 그리고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도 묘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114


📍“예수님 시대가 마카비 전쟁으로부터 사상적 영향을 받았다면, 복음서가 기록되고 초기 기독교가 형성된 시기는 유대 전쟁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 1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사가 날 대신해 소설, 잇다 5
김명순.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천사가날대신해 #작가정신 #김명순과박민정


▶️ 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 다섯 번째 책. ’소설, 잇다‘는 근대 작가와 현대 작가를 잇는 ‘작가정신’의 문학 기획이다.

근대 문학 작품을 읽을 기회가 많지 않고 굳이 찾아 읽지도 않는데, 이 시리즈 덕분에 읽게 되었다. 김명순 작가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한 세기를 뛰어넘는 두 작가, 김명순과 박민정을 왜, 어떤 기준으로 연결 했을까. 책의 표제작 ≪천사가 날 대신해≫를 박민정이 김명순의 ≪의심의 소녀≫에 착안해 썼기 때문일까. 나는 한참 고민했다. 그러다 두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두 작가의 작품이 ‘결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둘 다 인간 소외를 다룬다는 점. 자유롭고 주체적인 존재가 되기를 갈망한다는 점에서. 

김명순의 작품에선 여성 소외의 상대가 남성 중심적 사회라면, 박민정의 작품에선 소외의 얼굴이 남성을 넘어 더 다양하고 다각화된다는 점이 둘의 차이인 듯하다. 특히 ’같은 여성에 의해 여성 소외가 심화된다‘는 점을 이야기한 건 좀 충격이었다.


▶️ 김명순 작가의 세 작품에선, 봉건적 가부장제에 매이지 않고 자유연애를 갈망하는 여성, 식민지 조선 여성에 대한 인식에 갇히지 않고 주체적인 인물로 살길 원하는 여성, 그러나 부자연스런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거나 외로운 결말을 맺고 마는 여성이 나온다. 이들은 남성 중심 사회 구조로부터 소외 받는 대상이다. ≪의심의 소녀≫에선 조 국장의 부인이자 가희 엄마인 여성이, ≪돌아다볼 때≫에선 자유롭고 주체적인 사랑을 원했지만 끝내 다른 남성과 혼인해야 했던 소련이, ≪외로운 사람들≫에선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순희와 순영이 그러하다. 

나는 이 인물들이 어쩌면 김명순 작가 자신을 투영한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작가는 일제강점기 시절, 여성을 시대상에 가두지 않는 ‘과감한 상상력’을 글로 써냈고, 그로 인해 많은 억압과 학대를 받았으니까. 그 시대가 여성에게 얼마나 가혹하고 폭력적이었는지 작가의 삶과 작품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작가가 고국을 떠나 일본에서 생을 마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보았다.


▶️ 그런데 이런 소외의 잔재는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나는 여성이 받는 구조적 억압과 차별을 고발하는 책을 최근에도 읽었다. 박민정 작가는, 이 잔재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 범위와 각도를 더 확장시킨다. ≪천사가 날 대신해≫의 ’세윤‘과 ‘로사’라는 인물을 통해서, 여성 소외는 ’같은 여성에 의해 심화되기도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세윤을 괴롭히고 배신했던 사람은 같은 여성 로사였다. 세윤이 전 남편과의 이혼 때문에 힘들어하긴 했어도 작품은 그 점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로사가 세윤을 이층침대 위에서 내려다보는‘ 섬뜩한 장면은 ‘여성이 취약한 구조‘를 같은 여성이 더 심화시키는 구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나는 오늘날 ‘명예남성’이라 불리는 여성을 여기에 대입해 보았다.

📍“머릿속에선 세윤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맴돌고 있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선 선역도 악역도 여자야. 우리가 남자들이랑 깊은 관계 맺을 일 있어? 너나 나나 조심해야 하는 건 이제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고.”(292). 


▶️ 김명순 작가의 작품은, 박민정 작가의 작품에 비해 이해하기 쉬운 내용은 아니었다. 고어와 한자어가 많았고, 당시 사회문화적 배경에 비추어 읽는 번거로운 수고도 필요했다. 그러나 김명순 작가의 작품을 읽는 일은 세기를 넘어 문학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굉장히 유의미한 독서였다. 근대 문학을 발굴해 소개하고, 현대 문학을 잇대어 그 흐름을 확인하는 이 작업이 얼마나 고귀한지... 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