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 - 열 편의 인권영화로 만나는 우리 안의 얼굴들
이다혜.이주현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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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13년부터 10년 동안 제작한 열 편의 인권 영화를 실어 출간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2년부터 20년 넘는 시간 동안 인권영화를 꾸준히 제작해왔다고 한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제작한 영화 열 편은 ≪별별차별≫(씨네21북스)에 담겨있고, 이후 10년간 제작한 영화는 이 책에 담겨있다. 영화는 나와 이웃을 대면하게 하고, 개인에게 내재된 인권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좋은 매개가 아닌가.


이 책에 수록된 영화 10편은 장애인과 노인 인권, 학생과 청년 인권, 존엄한 죽음과 고독사, 양심적 병역거부자, 스포츠계의 폭력 문제, 보호 받지 못하는 청소년 아이돌, 감시사회 등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사회 안에 만연해 있는 인권 침해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 내가 평소에 구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했던 그리고 무관심했던 인권 문제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게 됐다. 수록된 영화들은 시간을 내서 꼭 다 쳉겨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특히 ‘청소년 아이돌 인권’을 다룬 남궁선 감독의 <힘을 낼 시간>에선 K-POP을 아무런 경각심 없이 소비하기에 바빴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부끄러웠다. 아이돌 지망생(연습생)들이 데뷔를 놓고 경합하는 <프로듀스 101> 시리즈도 다 챙겨볼 정도로 나는 K-POP을 좋아하지만, 그 이면의 어둠 즉, “아이돌 청소년이 대부분 십대에 연습생 신분으로 기획사에 들어”가 “건강권, 학습권, 노동권, 인격권 등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할 때가 많았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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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독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몸 담고 있는 종교(기독교)계에 대입해가며 읽었다. 인간의 구원과 내세 문제를 기독교의 신이 해결해 준다고 가르치지만 정작 인권 감수성은 현저히 뒤떨어진 곳. 거대한 몸집과 힘으로 차별과 배제의 카르텔을 형성한 곳. 기독교... 평생을 기독교를 떠나본 적 없을뿐더러 기독교계에서 일을하고 있는 나로선, 인권 관련 책을 읽고 고민과 한숨이 깊어졌다. 책을 읽고나면 읽기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알고나면 몰랐던 때로 돌아갈 수 없기에... 나는 내가 서있는 이 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해야할까... 한참을 생각했다. 함석헌 선생님이 “앎은 앓음이다”라고 말씀하셨다지...

나는, 서문에서 저자 이주현이 한 ”인권 감수성이라는 건 저절로 길러지지 않”는다, “판단력과 논리력을 기르는 것처럼 폭력과 차별과 통제와 억압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인권 감수성도 기를 필요가 있”다는 말에 조금은 희망을 가져보기로 했다. 기독교가 인권 감수성을 가질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찾아 한다면, 도망치지 않고 계속 고민하고 상상하며 한걸음씩 걷다보면, 요원해 보이는 일도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다 함께 아름답게 살아 가는’ 사회에 기독교가 제외되지 않는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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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민용근 감독의 책 ≪그들의 손에 총 대신 꽃을≫에서 영감을 얻어 지었다고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이야기가 ‘평화를 향한 염원’으로 귀결되는 바 ”총을 들지 않겠다는 사람들에게 총을 줘어줄 것이 아니라 꽃을 쥐어주면 어떨까“ 상상해보자는 의미다. 그 꽃이 내는 꽃향기로 인해 전쟁이 사라지고 진정한 평화를 맞이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각자의 자리에서 꽃을 손에 들고 꽃향기를 내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 나는 종교의 영역에서, 다른 누군가는 정치 경제 교육 등의 영역에서. 그리고 각자가 몸 담은 가정과 일터, 자신을 둘러싼 이웃과의 관계와 사회에서...

꽃향기가 퍼지는 그 길목에 이 책이 서 있어주기를, 그 여정에 이 책이 쓰임받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필독서 리스트에 이 책을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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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실린, 꼭 시청해야 할, 10편의 인권 영화 리스트 

박정범 감독의 <두한에게>

신아가 이상철 감독의 <봉구는 배달 중>

민용근 감독의 <얼음강>

오멸 감독의 <하늘의 황금마차>

정지우 감독의 <4등>

최익환 감독의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

신연식 감독의 <과대망상자(들)>

이광국 감독의 <소주와 아이스크림>

이옥섭 감독의 <메기>

남궁선 감독의 <힘을 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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