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하우스로 출근합니다 - 은퇴 후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당신을 위하여
한준호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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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은 생전에 치르는 장례식이라 했던가. 우치다테 마키코는 그의 책 ≪끝난 사람≫에서 “젊은 시절에 어떻게 살았든 모든 인간의 종착지는 대개가 비슷”하더라, “사회적으로 끝난 사람이 되고 나니 다 똑같은 ‘일렬 횡대’가 되는 데서 집필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끝난 사람’으로 끝나지 않은, 건강하고 행복한 ’은퇴 이후의 삶‘의 좋은 모델을 보여주는 책을 읽었다.


저자 한준호 선생님은 38년 간 재직하던 교단을 떠나, 도시 외곽에 전원주택을 짓고 인생 제2막을 시작했다. 은퇴 시기가 비슷한 아내와 함께 주5일을 이 곳에 ’출퇴근‘하는 것이다.

펜션처럼 예쁜 저자의 세컨하우스에는 생명이 살아 숨쉬고 있다. 싱그러운 나무, 땀을 거름 삼은 건강한 텃밭 작물, 각양각색의 꽃 향기, 고소한 빵냄새... 은퇴 이후 자칫 무기력해 질 수 있는 시기에, 허탈감과 막막함에 자존감을 잃어 버리기 쉬운 시기에, 저자는 이 곳에서 생기를 공급 받고 또 생명을 일군다.

세컨하우스에서 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큼이나 할 일이 많아 바쁘다. 텃밭에서 땀을 흘리고난 뒤 선선한 바람을 이불 삼아 스르르 낮잠을 잘 수 있는 여유에 부러워하다 전원주택을 관리하는 모습에 낭만이 와장창 깨졌다. 전원주택 관리가 쉽지 않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저자는 그마저도 행복해 했지만. 난 이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를 신명나게 못 부를 것 같다.


‘일 안하고 월급 받는 노후‘를 위해 은퇴 이후 퇴직금을 부동산이나 배당주에 투자하라는 책은 봤던 것 같은데, 세컨하우스를 짓고 자연과 함께 건강하게 땀 흘리는 삶을 보여주는 책은 처음이라 정말 신선했다. ’노동,일을 한다‘는 것이 돈을 버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도 저자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다양한 꽃들을 이야기할 때 저자에게서 애정이 담뿍 묻어나 나까지 마음이 들떴고, 고추를 수확해 고추장을 만들고 벌을 키워 꿀을 채집하고 직접 키운 열무로 김치를 담그고 메주와 막걸리를 만들고 또 이웃을 초대해 식사를 나누는 모습 등에서 소박하지만 넉넉한 삶도 꿈 꿔 볼 수 있었다.

제빵기능사 자격증도 따고, '부캐'로 강단에서 강의도 하며, 세컨하우스에 오지 못하는 겨울엔 도서관으로 출퇴근을 하는 등 은퇴 이후의 삶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활기차고 보람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급작스레 은퇴를 한 사람이라면 저자의 삶에서 힌트를 얻어 보면 좋을 듯.


무엇보다 이 책은, ’은퇴 이후의 삶‘을 잘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지금의 삶이 너무 퍽퍽해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주제. 아니 그것보다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생각해보길 애써 기피해 왔던 주제. 나에게 ’은퇴 이후의 삶‘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 제2막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동시에 지금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잘 살아내야겠다는 의지도 가져보게 되었다.


세컨하우스의 봄,여름,가을,겨울 그 아름다운 생명의 현장은, 아마 저자 부부의 내면이 그대로 옮겨진 것이 아닐까. 나도 내면이 더욱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은퇴 이후에도 생명을 꽃피우는 삶을 살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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