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하늘을 산 사람들 - 교회사에서 만난 12명의 예수의 사람들
배덕만 지음 / 세움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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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2천 년 교회사 속에서 “이 땅에서 하늘을 추구하며, 각자의 시대와 자리에서 예수의 제자로서 치열하게 살아간 사람들” 12명을 선별해 소개한 책이다.

교부 시대에서 3명(성 안토니우스, 요하네스 크리소스토무스, 교황 그레고리오 1세), 중세 시대에서 2명(아시시의 프린치스코, 얀 후스), 종교개혁 시대에서 3명(바르톨로메 데 라스 카사스, 메노 시몬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그리고 17세기부터 현대까지 4명 (조지 폭스, 존 웨슬리, 에이미 샘플 맥퍼슨, 마틴 루터 킹 2세)이다.


국가와 민족, 시대, 인종, 교단과 교파, 신앙색채, 성격, 신분과 계급 여하를 막론하고 골고루 소개한 점이 좋았다. 덕분에 특정 신학에 갇혀 있던 내 사고도 넓힐 수 있었다.

생소하고 낯선 인물들이 많아 신선했다. (몇 명을 제외하곤 이름조차 처음!) ‘에이미 샘플 맥퍼슨’은 이 열 두명 중 유일한 여성이라 반가우면서도, 기독교회사 속에서 여성의 자리가 여전히 적다는 점은 씁쓸하기도 했다. 저자도 이를 염주에 두고 “교회사가들이 극복해야 할 학문적, 문화적 한계요 과제”라고 겸허히 인정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조명될 가치가 충분한 인물들을 발굴해 소개한 책이기에 사료로써의 가치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이 12명은 마치 예수님의 12제자를 연상시키는 듯하다. 재밌는 건, 저자가 <활천>이라는 교단지에서 1년간 연재한 글을 엮어 책으로 낸 거라 ‘12’라는 숫자를 굳이 의도한 건 아니라는 점. 절묘한 우연!ㅎㅎ


이 12명은 각자의 방식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따랐고,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살아갔다. 어떤 사람은 사막이나 수도원으로 들어가 고된 수행을 하면서.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특권을 내려놓고 사회적 약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또 어떤 사람은 타협하지 않고 투쟁과 저항으로 성경적 가치를 지키며. 또 어떤 사람은 수준 높은 경건과 영성 훈련을 하면서.

물론 이들의 방식이 다 동의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비록 그랬을지라도 이들의 예수를 향한 열망과 노력까지 폄하할 순 없는 것. 오히려 적당히 타협하며 안일함에 젖어있는 우리의 모습을 성찰하고 이들이 주는 교훈과 도전 앞에 겸손히 서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이 인물들의 명암을 동시에 살핌으로써 이들도 우리와 성정이 같은 연약한 인간임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래서 큰 업적과 공헌을 세웠다해서 자칫 영웅시하거나 우상화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단점과 실수를 독자들이 반면교사 삼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 또한 인간의 연약함과 한계를 넘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려는 이들의 노력을 인정하면서 우리도 그 마음의 중심을 배울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나는 우리의 이런 모습 그대로, 장점은 강점으로 강화하시고, 단점은 은혜로 덮어주시며, 실수와 잘못까지도 그의 나라에 선용하시는 하나님께 우리의 소망이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12명의 삶과 신앙을 자신에게 대입하면서 이 책을 읽으면 더 유익할 것 같다.


표지도 책 제목과 내용을 한 눈에 파악하게 하는 직관적인 디자인이라 마음에 든다. (표지 투표할 때 지금 이 디자인에 한 표를 던졌었다는. 후후!) 가독성도 좋다. ‘생각 나눔’은 저자의 진솔한 생각을 읽을 수 있어 좋았고, ‘묵상과 토론을 위한 질문’은 고민과 적용을 구체적으로 해 볼 수 있어 유익했다.

역사를 전체적으로 머리에 그리면서 각 인물들을 살펴봐야 했기에 개인적으론 책이 좀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술술 읽어나가진 못했다. 2회독을 했고, 2번 째 읽을 땐 연대기순으로 노트에 그래프를 그려가며 읽었다.


그리고 저자가 언급했던 대로, 나중에는 여성과 한국인도 발굴해서 책을 내 주셨으면 좋겠다. 나도 한명의 여성으로서, 이 땅에서 신실하게 하나님 나라를 살아냈노라 기억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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