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들은 어떻게 정치를 농락하는가?
김영수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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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으로 한창 시끄러운 이때 이목을 끄는 아주 자극적인 책을 발견했다.

<간신들은 어떻게 정치를 농락하는가>

웬 간신열전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용비어천가>에도 나오지 않는가?

용비어천가 125장을 쓴 이유를 모두 함축한 마지막 장의 목적과도 같은 他山之石이 이니겠는가?

 

하(夏)나라 우왕(禹王)의 손자 태강왕(太康王)이 정사에 게으르고 또 사냥에 절도가 없어서 낙수 남쪽까지 가서 백 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므로, 유궁후(有窮后) 예(예)가 태강왕을 하북(河北)에서 막아 돌아오지 못하게 하여 폐위(廢位)시켜 버렸다.

 

남편은 책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쓸 놈이 책 백권은 족히 될텐데 뭔 놈의 중국간신들까지..." 한다.

조선 팔아먹고 일제시대에 작위받은 놈들 후손도 땅도 찾고 명예도 찾겠다고 난린데 것들 보다 덜한 간신들 이야기는 대한민국 온갖 종친회에서 들고 일어나서 고소당할 일 있느냐고 우리 집안부터 살펴보자했더니 웃고 만다. 

 

책을 읽으려고 제일 첫 간신 역아부터 몇 장 읽다가 책을 한 번 덮었다.

우리 둘째가 해 지나면 세살인데 역아가 환제의 환심을 사기위해 세살난 자식으로 요리해 바쳤다는 대목을 보고 구역질이 나고 소름이 돋아서 이거 시작부터 이러면 뒤에는 간신들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고, 동탁, 이임보, 양국충, 채경, 진회, 엄숭은 워낙에 유명해서 익히 알고 있던 인물들이지만 이렇게 세세하게 뭘 했는지 글로 보니 참...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맨 뒤에 온체인까지 19명의 간신들 이야기를 열심히 다 읽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간신은 비무극이다. 1단계 -미인계 , 2단계 - 연환계. 3단계 - 차도살인 ...자기 손에 피 뭍히지 않고 정적을 제거하는 기술은 정말....무섭다.

지록위마의 조고, 소리장도 이의부, 구밀복검의 이임보 등 고사성어에 등장하는 간신들도 있고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동탁이나 수호지에 나오는 채경등의 이야기도 흥미있게 읽었다.

 

간신이 자라는 1차 토양은 가정이고 간신을 키우는 2차 토양은 사회이며 간신에게 우리의 심장을 도려낼 수 있는 권력을 쥐어주는 마지막 토양이자 가장 기름진 토양은 다름 아닌 우리의 비겁함과 나약함이다.    - p120

 

일관성 있게 주장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소리 또 하는 것 같은 단어의 사용이나 의견이 눈에 보이고 읽다보면 다소 격앙된 작가의 어조가 느껴지기도 하는 건 사실이다. 하도 나쁜 놈들 이야기만 19명에 대부분 끝이 안 좋다보니 그놈이 그놈 같아 보일 때도 있다.

내용의 재미로 보자면  재미있게 읽었다. 시대별 안배에도 신경을 쓴 것이 보이고 다 읽고 보니 중국 역사 속에 나오는 망국의 대목에 대한 이해는 이제 거뜬할 것 같다.

 

작가가 자식같은 자신의 저서의 <개정판에 부쳐>에 '이 책이 다시는 세상에 주목 받지 않길 바랄 뿐이다.'는 말을 남길 정도로 우려하는 바를 잘 헤아려 우리도 慧眼(혜안)을 가지고 올바른 인물을 뽑고 우리의 믿음을 잘 수행하는지 지켜봐야 하겠다. 그리고 나는 우리 아이들을 바른 사람으로 잘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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