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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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작가의 『로기완을 만났다』를 읽었다. 내가 받아본 책은 리마스터판으로, 『로기완을 만났다』가 넷플릭스에서 영화화된 후 표지 디자인이 변경된 판본이다. 『로기완을 만났다』는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많은 것들을 무너뜨리는 소설이다. 특히 타인을 동정하거나 연민하는 태도를 ‘진실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지, 나아가 타인을 동정하거나 연민할 권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맞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간만에 장편인데도 주제의식이 깊고 문체도 유려한 작품을 봐서 행복한 마음으로 읽었다!
우리는 탈북민이자 벨기에 거주권자였지만 사랑하는 연인과의 삶을 위해 영국 런던에서 또다시 무국적자가 된 ‘로기완’이라는 남성을 화자의 눈으로 쫓아가며 갖은 상처와 아픔을 바라보게 된다. 로기완의 이야기를 쫓는 우리는 어느 순간 그 이야기가 단순히 로기완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는 로기완을 넘어서서 우리 개개인이 감당해야 할 사회의 핍박이자 차별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중반부부터 너무나도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종종 눈물이 나왔다. 특히 화자의 경우 끝없이 자신의 진심을 의심하고 배척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로기완의 이야기를 보고 마음 속 깊이 아픔과 연민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그럴 권리가 없다고 질책하는 모습이 지독히도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다행이면 다행이랄 것은, 이 소설은 해피엔딩이다 >___< 줄거리를 전부 읊을 수는 없겠지만―궁금하신 분들은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혹은 소설을 꼭꼭 읽어보세요!―로기완과 화자, 로기완을 도와줬던 ‘박’, 연인인 재이 등 다양한 인물의 아픔에 위로를 건네는 방식으로 결말을 맞이한다. 나는 이 결말이 작가가 인물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따스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좋았던 문장들

“로는 외가 쪽 친척이 어렵게 마련해준 그늘진 골방에 앉아 고향에서 가져온 책들과 한인 교회 사람들이 기부한 중국어 교재를 건성으로 읽으면서 분주하게 출퇴근을 반복하는 어머니를 지켜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좀처럼 오지 않는 일할 기회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자신의 왜소한 몸과 언제나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정신을 혐오하는 것, 로의 열아홉살과 스무살은 그렇게 소모됐다.”(51쪽)

“우리는 언어가 책임질 수 있는 영역 역시 가변적이고 생각보다 훨씬 협소하다고 여겼을 것이다.”(72쪽)

“너와 내가 타인인 이상 현재의 시간과 느낌을 오해와 오차 없이 나눠 가질 수는 없다는 불변의 진리는 자주 나를 괴롭혔지만 가끔은 위안도 되었다.”(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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