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악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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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하민 라바투트의 매니악을 읽었다. 3부로 구성된 매니악은 천재를 둘러싼 이야기를 기반으로 과학 문명이 인간을 뛰어넘는 순간까지를 그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건 2, 폰 노이만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폰 노이만을 중심으로 그의 아내, , 친구, 협력자 등의 인물들이 챕터 별 화자로 등장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만들어진 원자 폭탄이나 수소 폭탄, 튜링의 논문 등 과학적 지식에 기반한 내용이 소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부는 긴 시간을 할애해 폰 노이만의 천재성과 인간성 두 양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의 아내인 클라러 단의 이야기에서 그의 과학을 향한 광적인 열정과 대비되는 가장의 소홀을 느낄 수 있었다. , 폰 노이만이 소련에 핵 공격을 먼저 단행하여 수많은 이를 몰살할 계책을 고안한 것과 대비되게 그가 자신의 죽음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비논리에 가장 가까운 종교를 광적으로 믿게 되는 과정은 폰 노이만이라는 존재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폰 노이만이 생전 끝까지 물고 늘어진 과학적 기술은 현재의 A.I.기술로 이어지게 된다. 작가는 3부에 이런 A.I.와 인간이 펼치는 세기의 바둑 대결을 그려두었다. 한때 우리가 완전히 빠져 있었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

벵하민 라바투트의 매니악은 과학적, 역사적 진실이 80%정도 함유된 픽션 소설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있는 문학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4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지만 책장 넘어가는 줄을 모를 정도로 흡입력 있고 에너지가 넘치는 소설이라 읽기에 어떠한 부담이 없었다. 천재들이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며 무너지는 과정도 현실적이고 상당히 미학적으로 그려져 있어 눈에 들어왔다. 세계를 바꿀 과학적 기술이 누군가의 지적 욕망으로 인해 도출된 결과라는 시선도 흥미로웠다.

매니악은 현재 우리의 과학적 발전과 역사를 벵하민 라바투트만의 시선으로 재정리한 글이다. 유려하고 빠른 전개가 매력적이었다.

, 이 소설에 리처드 파인만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씩 등장하는데, 그럴 때마다 리처드 파인만이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라 덕질 욕구가 막 생겼다... 이 소설에서 레전드 천재 금쪽이 같은 느낌으로 등장한달까...? 천재 괴짜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빠지지 않을 이유가 없는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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