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
디샤 필리야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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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구원할 수 없다.
나는 위험에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214쪽, 「기독교인 유부남을 위한 지침」)

디샤 필리아의 첫 연작 소설집,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을 읽었다. 총 9개의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소설집은 기독교 신앙을 가진 여성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이들의 삶은 기독교의 신실한 신자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목사의 아내에게 반한 소녀, 유부남 목사와 사랑에 빠진 엄마를 보는 소녀, 호스피스 센터에서 성관계를 하는 두 사람, 성관계를 두려워하고 죄악시 하는 마흔 두 살의 여성 등, 종교에서 오는 아이러니와 모순을 잘 짚어낸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은 흑인 여성의 삶, 기형적인 모녀 관계, 우정, 자매에 대한 감정, 퀴어 문제에 관한 시선 등 다양한 문제의식을 풍부하게 담아내고 있는 소설이다. 특히 「복숭아 코블러」와 「강설」은 읽으며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입체적인 소설이었다.

📌「복숭아 코블러」
유부남 목사와 불륜을 저지르는 엄마의 딸이 엄마에게 느끼는 충동적이고 양가적인 감정을 잘 담아낸 소설이다. 엄마가 하는 불륜 행위를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고 느끼지만, 엄마에게 사랑 받고자 하는 어린 아이의 시선이 잘 담겨 있으며 동시에 목사에게 어떠한 욕망을 느끼기도 하는, 상당히 다층적인 단편이라 읽고 나서도 한참 마음에 묵직하게 남아 있던 소설이다.

📌「강설」
퀴어 관계의 두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로, 둘은 인터넷으로 만난 사이다. 그들은 고향이었던 플로리다를 떠나 아주 추운 도시로 이사하게 되는데, 눈에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던 둘이 추위로 인해 갈등하게 된다. 갈등이 진행되며, 사실 둘 중 한 명은 플로리다로 돌아가 자신을 받아줄 부모가 있으나 한 명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강설」은 도시에 눈이 폭삭 내려앉은 이미지가 너무나도 잘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부모를 모두 여읜 한 여성과 부모가 존재하는 여성. 둘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감정선이 잘 느껴졌다. 부모가 있는 여성의 경우, 부모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해주지 않기에 부모에게 증오의 감정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부모를 그리워하는 양면적 모습이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은 모성과 엄마에게 애증을 느끼는 자녀의 모습을 섬세하게 다뤄낸 소설이다. 동시에 흑인 여성의 삶과 미국의 기독교 세계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텍스트이기도 하다. 먼 나라 미국이지만 우리와 유사한 모습도 많아 읽으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상당히 흡입력이 있고 대사도 재밌는 편이라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첫 소설은 그 작가의 세계를 보여준다고도 하던데, 앞으로 디샤 필리아가 밟아나갈 세계가 궁금해진다. 강력하고 에너지 넘치는 소설이었다.

📌도서 정보

260쪽
128*188mm
260g
ISBN : 9788954697170

📌디샤 필리아,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 문학동네

⁕위 도서는 문학동네(@munhakdongne )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무상 제공과는 관계없이 진솔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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