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평점 :
품절


최근에는 이런 책을 읽었습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자폐인이 화학 공유결합이라든지 기계학습이라든지 그런 개념들을 이용해 세상을 보는 프레임을 구축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책을 그런 아이디어들의 열거와 설명이라 본다면, 그것들은 누구나 과학적 개념들을 배우면 한번쯤은 떠올려볼 생각들이기에 조금 지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많이 느껴지는 것은 어찌보면 약간 시시한 그런 렌즈가 이 사람에게 얼마나 절박했는지입니다. 그 점에 포커스를 둔다면 훨씬 즐겁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사실 가이드의 제시가 될 수 없습니다. 아마 제 짐작이지만 이런 것에 집착하고 헤메는 사람일수록 자기만의 렌즈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경험의 실토를 보며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마 그 서툰 기록이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큰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서툴게나마 제 렌즈나 방침을 만들려고 많이 노력했고, 그게 막 남한테 말할만한 대단한 발상들은 아니니까요. 비슷한 불편감을 느껴본 적이 없는 분들에겐 공감이 잘 가지 않을 수도 있고.. '이게 뭐여?' 싶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하는가, 세상은 무엇인가. 사회는 무엇인가. 그런 모호한 질문들을 갖고 저는 신입생때 선배들을 많이 괴롭혔습니다. A가 상식이라 한다면 A에 배치되는 뭔가를 끊임없이 언급하며 세상을 나보다 잘 알것으로 나혼자 기대한, 하지만 채 서른도 안된 그 선배들의 정립된 주파수(이 역시 나의 기대였을 뿐)에 나를 맞추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줄자를 들이밀고 각도기를 놔도 잘 모르겠는 그 느낌 자체에 심하게 집착했던 그런 시간이 많이 생각이 나는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